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겉으론 “의사 밝힌 적 없어”
속으론 “무책임” 불만
속으론 “무책임” 불만
청와대가 기초연금제 등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분야 공약 후퇴에 대한 여론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분야의 책임자인 진영(사진) 보건복지부장관의 사퇴설이 불거지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 본인이 청와대에 어떤 의사를 밝혀온 적이 없다’며 진 장관의 사퇴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중인 진 장관이 23일에도 국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사퇴설을 현지에서 부인하지 않아, 사실상 사의를 굳힌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진 장관의 거취 선택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적 기류가 강하다. 대선 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며 기초연금 공약 수립에 핵심 역할을 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총괄 정리한 진 장관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끼더라도, 책임지는 방식이나 시기 등이 적절하지 않다는 불만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진 장관의 거취 문제를 미리 보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장관직을 던지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책임을 질 생각이라면 앞뒤 사정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야당의 공세에 맞서 버티다가 책임지는 ‘희생양’이 돼야 한다. (논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장관직을 던져버리면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의 집중포화를 피하려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평소 진 장관 스타일로 보면 책임을 지겠다는 진정성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사퇴하면 누구도 진 장관이 책임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결국 화살은 대통령에게 날아가게 된다. 아무런 득도 뭣도 없는 이상한 결정”이라고 평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당장 새 장관을 인선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실무적인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가 가장 힘든 분야다. (공석인) 감사원장도 그렇고 청문회 한 번 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너무 쉽게 사퇴를 택한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와 진 장관의 갈등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에 축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기초연금과 관련해 복지부에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했는데 청와대에서 두 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을 선택했고, 이 때문에 생각이 다른 진 장관이 결국 사퇴를 선택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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