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대통령실

진영 장관 ‘기습 사의’ 뒤 연락두절…청와대와 갈등설

등록 2013-09-27 19:48수정 2013-09-30 18:01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해단식을 마치고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이었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해단식을 마치고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이었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나면
공약 심각한 후퇴 인정하는 셈
청와대, 부담 피하려 반려한듯
후임 인선 어려움도 고려
27일 오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의를 밝히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뿌리자, 청와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와 총리실에 미리 알리지 않은 ‘기습적’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급히 진 장관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를 통해 “사표 반려”를 공식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청와대는 진 장관과 연락이 되지 않아 그의 ‘속내’를 알지 못했다.

이날 상황은 ‘좀처럼 돌출 행동을 하지 않는 모범생’ 이미지의 진 장관이 박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와 진 장관 사이에선 거취를 둘러싼 몇 차례 ‘핑퐁게임’이 있었다. 진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 불거져 나온 자신의 사퇴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진 장관에게 곧바로 확인을 했을 텐데도, 청와대는 무슨 이유에선지 “본인한테 들은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진 장관이 귀국한 뒤 정 총리가 그를 불러 “없던 일로 하겠다”며 유임을 공식화하고, 청와대도 “사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혀 사태는 정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진 장관은 당일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27일 진 장관의 공개 사의표명 이후 총리실이 다시 이를 반려했지만, 진 장관은 역시나 아무런 의사 표시 없이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의 사표 반려는 진 장관을 대체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이 줄줄이 있는데, 어떻게 장관이 자리를 비울 수 있느냐”고 말했다. 떠나더라도 일단 하반기 남은 국회 일정은 책임지라는 뜻이다. 공석이 돼 있는 감사원장에 검찰총장까지 사퇴해 가뜩이나 인사가 부담스러운 마당에, 복지부 장관 인선까지 겹쳐선 곤란하니 시간적 여유를 좀 갖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복지부에선 진 장관이 다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장관의 스타일을 들어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장관 없이 국정감사를 치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진 장관이 은근히 고집이 있고 자존심도 세다. 뜻을 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 장관의 사퇴 결심은 몇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 취임 몇달 뒤부터 진 장관은 사석에서 무력감을 토로하며 장관 업무에 열의를 갖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특히 이번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책임을 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는 청와대 방침에 진 장관이 반대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진 장관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직접적인 배경에는 사퇴설이 불거진 뒤 청와대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양쪽의 갈등이 증폭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상의 없이 사퇴설이 흘러나온 데 대해 청와대가 강한 질책을 했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축소에 장관이 책임지는 것 자체가 공약의 심각한 후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재정 현실에 따른 공약 수정’ 정도로 밀고 가려던 청와대와 다시 갈등을 빚었을 가능성도 있다. 진 장관이 “사퇴를 고려한 이유가 와전됐다”며 ‘기초연금 책임론’ 대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무력감’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수 있다.

석진환 김양중 기자 soulfat@hani.co.kr

[시사게이트#12] 박대통령의 ‘후불제 공약장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