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화공세, 고민 깊은 청와대
“핵 해결 진정성 보여라”말뿐
연초 ‘통일’ 의욕 과시와 대조적
주철기 수석 “북 변하고 있다” 분석
곧 구체 대북제안 제시 관측도
“핵 해결 진정성 보여라”말뿐
연초 ‘통일’ 의욕 과시와 대조적
주철기 수석 “북 변하고 있다” 분석
곧 구체 대북제안 제시 관측도
북한이 7일 아시안게임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잇따라 적극적인 대남 제안을 내놓으면서,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초 ‘통일 대박론’을 내세웠던 정부가, 정작 북한의 거듭된 제안에 적절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취소를 비롯해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제안도 거부한 바 있다. 통일부는 북한에 이렇다 할 역제안도 없이 “핵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보이고, 성의 있는 자세로 대화의 장에 나오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이런 무기력은 연초에 보였던 남북관계 개선 의욕과는 상당히 달라진 태도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집권 2년차의 화두로 ‘경제혁신’과 ‘통일 준비’라는 양날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통일 준비를 위해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통일준비위원회’는 4개월이 넘도록 아직 조직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3월 독일 순방 중 발표한 ‘드레스덴 구상’ 역시 북한의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는 당시 밝힌 구상을 실현할 세부적인 실행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실무준비도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세월호 참사 수습이 정리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 역시 지금과는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야당 등 외부와 소통을 늘려가고 있고, 세월호 참사로 접어뒀던 남북관계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직접 챙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통일준비위원회 구성도 마무리되고, 지금껏 공석이었던 국정원장도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분위기가 좀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는 보수적이지만 합리적이고, 온건한 사람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시각도 그 전과는 조금 결이 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지난달 26일 제주에서 열린 한 포럼 특강을 통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이) 점진적으로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임을 기회가 되면 북한에 직접 설명하고 증명하겠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주 수석은 또 “최근 2~3주 사이에 북한 태도가 약간 변화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각 구성이 완료되고 통일준비위가 출범하면, 자신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밝혔던 모자패키지 사업 등 인도적 문제와 북한 민생 인프라 구축, 문화예술 교류 등 구체적인 대북제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