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임시국회가 본회의도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끝나는 등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진통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법 대치 정국’과 의도적인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 더욱 부쩍 민생현장 방문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경제 부총리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나서 연이어 민생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공조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나눔 실천자’ 34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에는 민간잠수사로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재해 현장에서 구조봉사 활동을 해 온 유계열씨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인 28일엔 폭우 피해를 입은 부산시 기장읍 일대를 둘러보며 피해복구 상황을 점검했고, 지난 22일에도 지역경제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의 세부 윤곽과 국회 처리 여부가 다음달 1일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국회 개원 이틀 뒤인 3일, 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지난 3월20일 1차 회의 때 7시간 생방송 마라톤회의가 열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회의 내용과 토론 장면은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된다. 청와대는 국회의 세월호 특별법 논의가 그때까지도 지지부진할 경우 박 대통령의 경제 챙기기 행보와 대조를 이룰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세월호 특별법=국회, 민생 챙기기=청와대와 정부’라는 등식을 형성해 청와대의 세월호 특별법 책임론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단식을 중단해 일단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또 새누리당이 직접 유가족들과 대화에 나서면서 정부·여당의 무책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주춤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진통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이 지속적인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추석 민심이 정부에 크게 비판적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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