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6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작년 농성 세월호 유족엔 눈길도 안 주더니…
자유총연맹 등 80여명 박수 보태
예전엔 경호위해 방청제한 ‘이례적’
자유총연맹 등 80여명 박수 보태
예전엔 경호위해 방청제한 ‘이례적’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본회의장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지지해온 보수단체 인사들이 ‘특별방청’ 형식으로 연설을 듣고 박수를 보탰다.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청년리더양성센터 등 청년단체 인사들과 한국자유총연맹,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우익단체 회원 80여명이 자리했다. 대통령 경호 문제로 외부인사 방청을 극도로 제한해온 전례에 비춰, 청와대가 이들 단체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여론전 등에 더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하기 위해 특별방청을 허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국회사무처 쪽은 “국회 밖 인사가 본회의장 연설을 할 경우 해당 인사 쪽 요청이 있으면 본회의장 특별관람을 받아주게 돼 있다. 이번 대통령 시정연설 특별방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들을 초청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에 ‘청와대 초청행사’ 명목으로 특별방청을 요청한 사람은 86명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시정연설 내용에 맞춰 청와대가 이들 단체를 선별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경호기획관실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이들의 검색과 명단 확인, 비표 발급을 맡았다. 초청 인사 대부분이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통령 행사여서 (우리 쪽에서) 방청객 신원조회를 했다”고 밝혔다. 회원 8명이 초청 명단에 포함된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은 “청와대로부터 초청을 받지도 방청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석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보고 듣고 싶은 것만 챙기는 ‘외눈박이’ 정치 행태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시정연설 당시 국회 본청 앞에서 밤샘농성을 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50여명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올해 11차례나 ‘역사’라는 말을 꺼낸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세월호’라는 말은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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