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발언 놓고 “세월호 참사 아픈 상처 덧내나” 누리꾼들 ‘소름’
“허술한 관리·감독 초래한 규제 완화 탓에 숱한 인명이 희생됐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놓고 꼭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부적절한 비유’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투자 활성화를 앞세워 수도권 개발 규제완화를 강도 높게 주문하면서 이런 비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숱한 인명이 희생됐고 진실 규명과 실종자 수색도 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이런 아픈 기억과 상처를 건드리는 표현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트위터 사용자 @zure84는 “기사 제목을 보는 순간 울컥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물에 빠뜨려’, ‘살려두고’란 표현이 뭘 상기시키는지 모른단 말인가”라고 했다.
하승수 녹색당 국회의원 후보 1인 시위 모습. 하승수 트위터 갈무리
하승수 변호사(녹색당 국회의원 후보)는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규제를 물에 빠뜨린다는 대통령, 규제완화가 낳은 세월호 참사를 벌써 잊었나?”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서 1인 시위를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물에 빠뜨리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처음 듣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어떻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참담한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낡은 여객선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허술하게 관리.감독한 ‘규제완화’가 세월호 참사를 낳은 원인 중 하나인데 말입니다”라고 적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hopesumi)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직도 세월호 참사에서 9명이 돌아오지 않았고 ‘물’ 소리만 나와도 가슴 미어지는 부모들이 있다. 그런데도 ‘규제 물에 빠뜨려 살릴 것만 살리겠다’는 끔찍한 표현을 입에 담는 대통령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만 할 수 있는 말이다”라고 했다.
고상만 인권운동가(@right11)는 “대통령이 했다는 이 말, 너무도 끔찍하다. 물에 빠뜨린 후 살릴 것만 살린다? 정말 제정신인가?”라고 비판했다. 노동운동가 김진숙씨(@JINSUK_85)는 “대통령의 말을 듣고 세월호에서 선원들만 구조되던 장면을 떠올린 게 나뿐이었을까? 소름끼친다. 저 사람은 다 잊었나보다. 아니, 애초 마음에도 없었나보다. 마음 한구석에 한 떨기라도 남아있다면 결코 뱉을 수 없는 말”이라고 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고 많은 비유 중 이런 비유를 하는 심리구조는 어떤 것인가”라고 했고,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madhyuk)에 “비유를 해도 참…천박하고 무례하다”고 썼다.
이상엽 사진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물에 빠진 것이 셋 있다. 천안함, 세월호, 북한 로켓 1단. 그 중 북한 로켓만 재빨리 건졌다”며 “국가가 우리를 건져주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꼬집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관련영상] ‘박근혜발 북풍’, 대통령의 무지와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