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구상…남은 임기 외교·남북관계 전념
‘대통령급 총리’ 이해찬 염두…지방선거 전 ‘새판짜기’
‘대통령급 총리’ 이해찬 염두…지방선거 전 ‘새판짜기’
노무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의 정국운용 방안으로, 여당 출신 국무총리에게 경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정과제와 사실상의 각료 임면권을 넘겨주고, 자신은 외교와 남북관계에 전념하는 방안을 깊이 검토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런 권한을 가진 ‘대통령급 총리’ 후보로 이해찬 현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으나, 총리 인선은 열린우리당의 뜻에 따를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자신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10·26 재선거 이후 좀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지금 이런 판으로는 내년 5월의 지방선거를 치르지 않는다”며, △10·26 재선거 이후 △예산안 심의가 끝나는 12월 △내년 1∼2월 △지방선거 직전 등 몇 단계에 걸쳐 여권의 전반적인 ‘새판짜기’가 이뤄질 것임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개각은 보통 연말연시에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해, 12월 말께 새 권한을 가진 총리의 제청에 따른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노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중장기 정국운용 방안의 내용과 절차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의장은 또 여당 주도로 새 정국운용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배기선 사무총장, 당 중진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총리 후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이해찬 총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데, 문제는 당 내부의 역학관계상 그렇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노 대통령도 그런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정치인 총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역대에 난다 긴다 하는 총리가 많았지만 이해찬 총리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라고 노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며 “유능한 총리가 국정을 맡고 있으니 자신은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청와대 내부 기류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제 한 발 물러서서 고령화 사회나 양극화, 저출산율, 국민연금 문제 등과 같이 미래에 닥칠 우리 사회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의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은 보잘것없다고 평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미래의 상’을 넘겨주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런 구상과 맞물려 열린우리당 지도부 개편 방안도 여권 내부에서 논의가 한창이다. 우선 10·26 재선거 이후 문 의장 교체론이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태다. 그러나 문 의장은 “나는 노 대통령이 임명한 의장이 아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해도 물러나지 않는다”며 “나의 거취는 당원들의 뜻에 달렸다”고 말했다. 문 의장 쪽은 정동영·김근태 장관이 당에 복귀하더라도 당 상임고문이나 지방선거의 지역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 △남북관계를 급진전시키는 방안 △지방선거에 개헌을 공약으로 내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성한용 김의겸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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