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박 의원이 지난 26일 청와대 오찬 뒤 남긴 글 때문에 누리꾼들로부터 ‘반찬투정을 한다’고 뭇매를 맞자, “우리가 워낙 팍팍한 정치를 오랫동안 겪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지만, 이젠 좀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엄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개인 페이스북 계정(@moonbyun1)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 점심 메뉴에 대한 박용진 의원의 글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여유있게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여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 뒤에 페이스북에 음식 사진과 함께 “졸린 눈 부벼가며 청와대 오찬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한 컷. 청와대 밥은 부실해도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당청 의지는 식탁 가득 넘쳐났다고…ㅎㅎ (반찬 :김치, 깍두기, 시금치…ㅎ)”라는 글을 올렸고, 일부 누리꾼들은 “청와대 다녀와서 반찬 투정하냐”며 비난 섞인 댓글이 달았다. 일부 언론은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박 의원 자신이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렸기 때문에 에스엔에스 상에서는 티격태격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기사화까지 되는 것은 우리 정치를 너무 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며 ‘편가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한마디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페이스북 메시지는 지지층 일부가 의원 개개인의 사소한 의견 표명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문자폭탄’ 등을 보내는 것 등을 염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로부터 ‘반찬투정’ 비판을 받은 박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이 문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개헌 전략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비판 성명을 내는 데 동참했다가 문 대통령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시달린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여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에 ‘곰탕’을 내놓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중 한 사람으로 초청받아 (청와대에 간 적이 있는데) 대통령님 말씀이나 오가는 이야기를 듣느라 숟가락을 제대로 들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과거 청와대 식사 자리에 초청받아 가면 나오는 길로 다들 청와대 주변 곰탕집이나 설렁탕집으로 몰려가서 곰탕이나 설렁탕 한 그릇씩 하고 헤어진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그런 일이 없도록 청와대가 곰탕을 내놓았다”고 설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글 끝에 “우리 모두 좀 더 여유를 가지자는 농담”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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