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조윤제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와 노영민 전 의원, 이수훈 경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각각 미국과 중국·일본 주재 대사로 내정함에 따라 한반도 주변 4국 대사 인선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복수의 인사를 대상으로 최종 검증하고 있는 주러시아 대사도 조만간 내정할 예정이다.
미·중·일 대사 내정자 3명 모두 전문 외교관이 아니란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주영대사를 지낸 경력이 있지만 전문 외교관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주중대사와 주일대사로 발탁된 노영민·이수훈 내정자는 아예 외교적 경험이 없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로 주변 주요국들과의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취임 뒤 112일 동안 고심한 끝에 내놓은 문 대통령의 이번 인선이 궁금증을 더하는 이유다.
세 내정자를 모두 관통하는 열쇳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것이다. 조윤제 주미대사 내정자는 대선 때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지냈고, 노영민 주중대사 내정자는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을 지낸 ‘캠프 출신’ 핵심 인사다. 이수훈 주일대사 내정자 역시 대선 캠프의 ‘국민성장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자문위원을, 문 대통령 당선 뒤엔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을 거쳐 위원장까지 맡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4강 대사는 특히 중요하고 여러 굵직한 현안들이 물려 있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신념을 가장 잘 이해하는 부분도 외교적 전문성과 함께 중요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이들 내정자처럼 과거 참여정부나 국회에서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대선 캠프에 참여해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외교·안보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게 직업 외교관의 전문성만큼이나 난제를 푸는 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 한-미 간에 산적한 외교현안을 고려할 때 조윤제 내정자가 적임자인지 의문이라는 우려에 “북핵 문제를 푸는 게 특별히 핵 문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며 “외교적 협상력을 갖추고 있으면 충분하고 북핵 문제도 그런 협상 경험으로 잘 풀어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핵심 구실을 해야 하는 주미대사에 안보문제 경험이 없는 조 내정자를 발탁한 데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이수훈 내정자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내며 일본 학계 등과 두루 인맥을 쌓은 것 등을 강점으로 꼽는다. 일본 게이오대 초빙교수로 안식년을 보내면서도,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교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관계 핵심 현안과 관련해선 이렇다 할 경험이 없어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선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노영민 내정자에 대해서도 3선의 국회의원 경력에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지낼 정도로 문 대통령과 가깝고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대사로 내정한 것 자체가 중국에 대한 배려 측면이 있다며 한-중 현안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쪽의 태도가 워낙 완강해 대통령의 측근이라도 노 내정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적지 않다.
김보협 정인환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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