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현지시간) 뉴욕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박물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총재로부터 대서양협의회(아틀란틱 카운슬) ‘세계시민상’을 수상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다.”
19일(현지시각) 아틀란틱 카운슬이라는 미국의 싱크탱크로부터 ‘세계시민상’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상 소감의 한 대목이다.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문 대통령은 “이 상을 지난 겨울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대한민국 국민들께 바치고 싶다”며 이같이 밝힌 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모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국민들의 성취가, 내가 오늘 우리 국민을 대표해 세계시민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수상소감은 세계시민을 상대로한 한국 민주주의 운동사의 요약본이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한국전쟁이 휴전되는 해(1953년)에 태어났다고 소개한 뒤 “그 시절 한국에 대해 외국의 어떤 칼럼니스트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로 시작했다. 이어 1960년 4·19 혁명과 그 이후 장기간 군사독재, 1980년 5월 광주의 시민항쟁과 1987년 6월항쟁 등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 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을 두루 짚으면서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광주 시민항쟁에 대해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평범한 상식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려는 숭고한 실천이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용기와 결단은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는 성숙함으로 빛났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수상 소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대목은 지난 겨울을 달군 ‘촛불혁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헌법의 절차를 통해 국민의 뜻을 배반한 대통령을 파면했다.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국민의 뜻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은 ‘민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를 전 세계 시민들에게 보여줬고, 이를 통해 대통령이 된 나에게는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폭력이 아니라 평화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면서 촛불혁명의 의미뿐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촛불혁명은 여러 달에 걸쳐 170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민행동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건의 폭력도,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은 완벽하게 평화롭고 문화적인 축제 집회로 진행됐다”며 “평화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주고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에 희망을 제시한 대한민국의 촛불시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아도 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화의 힘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연설은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시험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한반도 문제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제 손을 꼭 잡아 쥘 때 전해오는 것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라는 간절함”이라며 “이 상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라는 세계인들의 격려와 응원도 담겨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나서 대한민국이 이룩한 평화의 역사를 말씀드릴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욕/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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