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 회동을 마치고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권영호 위기관리센터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제공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만찬의 마무리는 ‘벙커’라고 불리는, 여민관에 위치한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 방문이었다. 벙커 방문은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국가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맞춤 동선’이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대변인들끼리 안보 현안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뼈대로 한 공동합의문을 조율하는 동안 20분가량 위기관리센터를 둘러봤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위기관리센터를 같이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 건배사에서도 “굳건한 안보와 평화를 위하여!”를 외치며 ‘안보 회동’의 취지를 강조했다.
이날 만찬은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공식 맞대면하는 자리여서 관심을 모았다. 당대표 취임 뒤 연일 문재인 정부의 외교·경제 정책을 비판해왔던 안 대표는 이날 만남에서도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적인 교체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안 대표를 배려한 듯 국민의당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매고 만찬 장소인 청와대 상춘재에 나타났다. 마침 안 대표도 녹색 넥타이 차림이어서 단연 눈길을 끌었으나, 만찬 초반 안 대표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안 대표는 만찬 중에도 한-미공조, 외교·안보라인의 혼선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날 만찬이 진행된 상춘재는 목재의 니스칠을 벗겨내고 친환경 도료인 ‘들기름’을 바르는 등 한달간 보수공사를 거쳐 훨씬 산뜻한 모양새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당 대표를 모신다고 하니까 목욕재개하고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