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원전해체 기술 수출’ 구상
1960~80년대 원전들 사용기한 임박
탈원전 택한 한국에 새로운 돌파구
국내 기술력은 미국의 60% 수준
국외 전문기관들과 기술협정 맺어
원전 해체 통해 독자기술 개발 목표
1960~80년대 원전들 사용기한 임박
탈원전 택한 한국에 새로운 돌파구
국내 기술력은 미국의 60% 수준
국외 전문기관들과 기술협정 맺어
원전 해체 통해 독자기술 개발 목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권고에 대한 수용 입장을 발표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과 월성 1호기의 가동 중단에 더해 원전해체연구소 설립과 원전 해체 기술 수출 계획을 밝혔다. 원전 해체 경험이 전무한 우리가 해외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마치 제대로 된 선박을 건조해보지도 않고 조선소를 짓겠다고 나선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의 구상처럼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전 해체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의 자료를 보면, 원전 해체에는 짧게는 15년(즉시 해체)에서 길게는 60년(지연 해체)까지 시간이 걸린다. 고리 1호기의 경우가 즉시 해체 방식에 해당한다. ‘즉시’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첫 단계인 ‘해체 계획서 마련·승인’이 완료되는 시점이 2022년 6월이고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2025년 12월) △시설물 본격 해체(~2030년 12월) △원전 터 복원(~2032년 12월) 등 15년 이상 걸린다. 이 기간에 원전 해체 경험을 외국 기업에서 전수받고, 필요한 기술을 자체 개발해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2020~2040년에 세계 곳곳의 원전 수백 기가 문을 닫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 해체 해외시장은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정한 우리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한수원과 컨설팅회사인 딜로이트가 2015년 펴낸 ‘세계 원전 해체 전망’ 자료를 보면, 1960~80년대에 건설한 원전들이 사용기한이 임박해 2020년대에만 183기, 2030년대에 127기, 2040년대 이후 89기 등 모두 400기 정도가 해체될 예정이다. 해체 결정 시기에 따라 유동적이나 해체 시장 규모는 440조원에 이른다. 원전 수출 시장만큼 원전 해체 시장도 규모가 작지 않은 셈이다.
아직 한국의 원전 해체 기술 능력은 걸음마 단계다. 산업부 쪽은 “현재로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로(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해본 경험만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지난 7월 원전 해체 기술 관련 간담회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에 견줘 60%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 등은 부족한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국외에 해체 기술이 있는 전문기관들과 관련 협정을 체결해왔다. 올해 3월 스페인 정부 산하 핵발전소 해체 전담 기관인 엔레사(ENRESA)와 협정을 체결했고, 4월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에너지기구(NEA)의 다자간 해체협력프로그램에 가입해 27개 회원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으로 독자적인 해체 기술 확보 및 산업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국내 원전 해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다. 고리 1호기에 이어 이날 문 대통령이 에너지 수급 안정성 확인을 전제로 가동 중단을 선언한 월성 1호기를 포함해 2020년대에만 국내 원전 11기가 수명을 다한다. 고리 1호기 해체에 필요한 재원만 대략 6400억원으로 예상되고, 2020년대 우리나라 원전을 해체하는 데 대략 7조원이 들어가는 만큼 이 과정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해외 원전 해체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원전해체연구소를 조만간 설립할 계획이며, 원전 해체에 관한 기술 가운데 자립하고 있지 않은 기술은 국산화하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최하얀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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