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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예우로 할머니들 맞은 문 대통령…‘12·28 졸속합의’ 바로잡기 첫발

등록 2018-01-04 22:04수정 2018-01-04 22:15

문 대통령 “한 못 풀어드렸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사죄
“한-일 관계서 쉽지 않은 측면” 언급도
이용수 할머니 “합의 잘못 밝혀줘
가슴 후련…고마워 펑펑 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오찬에 초청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 본관 충무실 들머리에서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오찬에 초청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 본관 충무실 들머리에서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4일 청와대 오찬은 나라를 빼앗겨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무능, 해방 뒤 한을 풀어주는 건 고사하고 외면하고 방치한 무책임, 그리고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평생을 싸워온 할머니들을 ‘12·28 합의’로 다시 능욕한 무분별에 대해 정부가 머리 숙여 사죄하는 자리였다.

이용수, 길원옥, 이옥선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제에 의해 짓밟힌 꽃 같은 삶, 가족한테조차 위로받지 못한 채 짊어져야 해던 그 고통의 세월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에게서 공식 사과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을 청와대에 초청해 점심을 함께 하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라며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한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무분별에 대해 할머니들에게 용서를 빌고, 박근혜 정부가 2015년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일본과 졸속으로 맺은 ‘일본군 피해자 문제 합의’(12·28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피해 당사자 앞에서 공식 인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찬을 함께한 뒤 이용수 할머니를 배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오찬을 함께한 뒤 이용수 할머니를 배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날 오찬은 또 지난해 12월28일 문 대통령이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고 규정한 ‘12·28 합의’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미도 있다. 12월27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는 한-일 간 ‘이면합의’ 사실과 함께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을 12·28 합의의 중대 흠결로 지적했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초청 오찬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와 기념촬영을 준비하며 이 할머니의 옷맵시를 고쳐주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초청 오찬에 참석한 이옥선 할머니와 기념촬영을 준비하며 이 할머니의 옷맵시를 고쳐주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할머니들께서 오늘 편하게 여러 말씀을 주시면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12·28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대통령께서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했고, 고마워 펑펑 울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아직 명확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12·28 합의의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됐다면서도 “한-일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양국관계 속에서 풀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말로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이 간단치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편, 청와대는 뒤늦게나마 국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할머니들에게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갖췄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으로 의전 차량을 보내 경찰 에스코트 속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모셨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오찬장이 있는 본관 현관에서 할머니들을 맞았다. 오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에게 “쾌유하셔서 건강해지시고, 후세 교육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함께해 주시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다”며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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