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대통령실

‘도보다리 신뢰’ 밑돌로…제안 하루만에 ‘두 번째 정상회담’

등록 2018-05-27 20:56수정 2018-05-29 00:41

‘2차 남북정상회담’ 막전막후
‘서훈-김영철 라인’서 만남 주선
남북간 여러 소통경로 중 하나
문 대통령, 핫라인 소통 모색 중 성사

청와대서도 극소수만 사전에 알아
“언제든 회담 가능해져 이례적 진전”
문재인 대통령이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았다. . 2018.5.26 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이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았다. . 2018.5.26 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은 25일 김 위원장이 만남을 먼저 제안한 지 하루만에 ‘빠르고 은밀히’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사이 소통 경로가 큰 구실을 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25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다음날이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 이행과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준비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요청해왔고, 남북의 실무진이 통화를 해 협의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회담이 이뤄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일궈내는 것, 그리고 또 4·27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직통전화(핫 라인) 통화 등을 통해 직접 소통 해법을 모색하던 차에 김 위원장의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김 위원장도 이번 회담 머리발언에서 “제가 제안하고 하루만에 대통령님이 오셨다”며 자신이 회담을 제안한 사실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사이 여러 소통 경로가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사이 소통 경로”라며 “그제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과 4·27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등에 관한 협의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북측에서 김 위원장의 구상이라면서 격의없는 소통을 한번 갖자고 제시했고, 두 사람의 접촉 뒤 관련 장관들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승낙했다”고 회담 성사 과정을 소개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승낙 뒤 25일 밤부터 26일 오전까지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분주히 정상회담 실무준비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안에서도 극소수만 회담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회담이 급히 성사된 만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 2차 남북정상회담은 의전, 경호, 보도에 관한 사전 실무회담을 사실상 생략한 채 실무형으로 진행됐다. 4·27 남북 정상회담이 지난 3월 회담 개최 합의 발표 이후 준비에만 한달 반 가량이 걸린 것과 견주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역대 정권 통틀어 대통령 취임 기간에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회담 간격이 한달 밖에 안 되는 것도 파격이다.

이는 두 정상 사이 신뢰가 없었다면 이뤄지기 힘든 만남이었다. 문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자칫 김 위원장으로부터 불신을 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 깜짝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우려를 일거에 털어냈다. 한달 전 40분 동안의 ‘도보다리 단독 회담’으로 쌓은 신뢰가 빛을 발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번 회담 마무리 발언에서 “도보다리에서 함께 하고…”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도보다리 회담에서 큰 인간적 신뢰를 쌓았다”며 “김 위원장이 중대한 시점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려 불원천리(不遠千里·천리를 멀다고 여기지 않는다)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향후에도 수시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가을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전에도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확대해가고 격의없는 실무적 성격의 회담을 갖자고 합의한 것이 남북 관계에서 아주 이례적인 진전이다”라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