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평양정상회담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비핵화 실천 일정’ 등 전향적인 답변을 받아 오면서, 오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뤄질 문 대통령의 ‘중재역’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을 대표하는 치프 니고시에이터(수석 협상가·chief negotiator) 역할을 해달라”며, 대북 특사단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메시지 전달을 요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북-미 간 ‘틈새 좁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6일 오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주재로 열린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특사단 방문 결과는 정말 잘되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갖게 됐고, 그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그것을 위한 북-미 대화 이런 부분도 촉진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됐다”고 했다.
전날 대북 특사단이 북쪽과 합의한 3차 정상회담의 의제는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방향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 등이다. 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쪽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남쪽의 역할을 좀더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평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 간 협력, 구체적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4·27 판문점 회담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정도에 비춰보면, 이번 회담에서는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 방안까지 남북 정상이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특사단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신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비핵화를 위한 적극적 조처를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주된 관심사다.
특히 문 대통령은 판문점 회담에서 합의한 ‘연내 종전선언’ 구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통해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공식화’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해왔다. 정의용 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관련국 간 신뢰를 쌓는 첫 단계라는 게 우리 정부의 생각이다. 북한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청와대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포함됐다. 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재현 산림청장이 추가됐다.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산림 분야 협력을 구체화할 방안을 3차 정상회담에서 논의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남북은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다음주 초 의전·경호·통신·보도에 관한 고위 실무협의를 판문점에서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문 대통령과 수행단의 이동 경로와 수행 인원, 취재진 규모, 경호 방식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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