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9일 오후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백두산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파격이 이어지고 있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회담 마지막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동반 산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내일 백두산 방문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생중계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힌 뒤 “두 분의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이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서 이뤄졌다. 내일(20일) 아침 일찍 (평양에서) 출발할 예정으로 구체적인 일정은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설명을 종합하면, 남북 정상은 20일 오전 비행기편으로 백두산에서 가까운 삼지연공항까지 이동한 뒤 차량과 궤도차량을 이용해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에 오르고 천지까지 내려가는 길은 케이블카를 이용할 예정이다. 변수는 날씨다. 김 대변인은 “일단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까지는 올라갈 예정이고 날씨가 좋으면 내려가는 길에 천지까지도 갈 예정”이라며 “장군봉 정상에서 천지로 내려가는 길은 삭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방북 대표단은 백두산 등반을 마친 뒤 곧바로 삼지연공항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직행할 예정이다. 삼지연공항은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당시 백두산 관광 활성화에 합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곳으로, 양강도 삼지연군 북방 10㎞ 지점 해발 1300m 고원지대에 있는 군용 공항이다. 문 대통령과 대표단이 남쪽과 백두산을 오가는 직항로의 일부를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2박3일 평양 정상회담 일정의 마지막날 진행될 남북 정상의 백두산 동반 산책은 회담 둘째 날 평양에서 최종 확정된 형식을 띠었지만,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쪽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전날 평양행 전용기 안에서 “중국 동포가 백두산으로 나를 여러 번 초청했지만 내가 했던 그 말(중국이 아닌 북쪽으로 가겠다) 때문에 늘 사양했었는데 괜히 했나 보다 후회하곤 했다”고 말했다. 백두산행에 대한 ‘암시’이거나 김 위원장에게 같이 가자는 강한 바람을 내비친 셈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회담 마지막날 ‘친교 일정’으로 귀경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에게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의 백두산 동반 산책은 4·27 판문점 회담 때 세계로 생중계된 도보다리 회담을 잇는 인상 깊은 장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백두산을 거닐며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흉금을 털어놓는’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미 대화의 촉진을 위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속 깊은 제안과 조언을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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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