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2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 시간 넘게 만난 뒤 “대화를 다 공개할 순 없지만 북-미 간 대화가 곧 전개될 거 같다, 잘 전개가 될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여부를 결정하기 직전 이뤄진 이날 면담에서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전 11시부터 비건 대표를 만나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청와대 차원에서 (미국) 수석대표인 비건 대표한테 전달할 메시지가 있어서 한 시간 넘게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비건 대표 쪽에 전달한 메시지에 대해 “(한-미가) 긴밀히 같이 일할 필요가 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대한 신뢰가 있고, 한-미 간 관계가 비핵화 과정에서는 매우 긴밀해야 한다. 기타 등등”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상대역)인 이도훈 본부장에 대한 청와대의 신뢰를 재확인 하며 힘을 실어주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차장은 기자들이 구체적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것 같은 이유를 묻자 “정확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곧 이뤄질 거라고 본다.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29일로 예정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14기 2차 회의를 기점으로 언제쯤 대화가 재개될 지를 묻자 “거기까지는 답을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차장은 최근 북한이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남쪽을 향해 쏟아내는 비난과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건설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절제한 것에 대해 미국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김 차장은 비건 대표와 한-미-일 협력을 비롯해 24일까지는 재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지소미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일 관계에 대해서 비건이 언급을 먼저 했다”며 “(지소미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다 알겠지만 오늘 3시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가 있는데 ‘국익에 합치하도록 판단 잘 해서 결정할 것이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의 설명으로 미뤄볼 때 비건 대표가 노골적으로 지소미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전한 것은 아니지만,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며 완곡한 방식으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정된 방한 일정을 모두 마친 비건 대표는 애초 이날 중국을 방문해 외교부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이었지만 해당 일정이 취소되면서 한국에서 하루 더 머문 뒤 23일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