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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노대통령 탈당 불확실한 ‘미래형’

등록 2006-01-12 19:48수정 2006-01-12 21:12

“핫이슈 터지면 다시 결심” 해석 우세…정도전식 이상정치 추구 ‘뇌관’ 잠재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나 꺼낸 ‘탈당’ 얘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제’다.

12일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과거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과거 그런 생각, 의사를 갖고 의논하기도 했었다는 얘기이지, 지금 탈당을 고려하거나 의사를 갖고 있다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쪽 사람들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이부영 전 의장은 “대통령이 당을 떠날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그런 문제에 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라고 말했다. ‘현재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실제로 몇몇 참석자들이 전하는 얘기를 모아보면, 노 대통령은 “당-청관계를 고민중인데, 갈등해소가 안 되면 아예 원수가 될 수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동 끝무렵, “오늘 논의 내용이 액면 그대로 나가면 충격적일 수 있다”며 스스로 대변인들의 발표 내용을 조절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최소한 노 대통령이 탈당을 ‘끝난 일’로 여기지는 않고 있다는 증거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꺼낸 맥락을 살펴봐도 과거형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사이의 갈등이 처지가 다른 데서 비롯된다고 보는 듯하다. 당은 눈앞의 선거승리를 위해 1%의 지지도에도 울고 웃을 수 밖에 없지만, 청와대는 20년, 30년 뒤까지 멀리 내다보며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연정의 경우도, 노 대통령은 정치의 틀 자체를 바꾸기 위해 내놓은 구상이지만 결과적으로 당에 피해를 끼쳐 탈당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연정과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다시 탈당을 궁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될 수 있다. 탈당은 미래형, 그중에서도 불확실한 미래형에 가까운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근본주의자 소리를 듣고 있는 노 대통령은 요즘 더욱 근본적인 질문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행 때는 캐나다의 멀루니 총리 얘기를 하며 ‘국가를 위해 당을 버릴 각오’를 내비쳤다. 또 최근에는 가는 곳마다 정도전과 세종대왕, 정조를 비교한다. 두 왕의 업적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정도전이 만들어낸 가치관은 조선시대 500년을 지배했다는 내용이다. 짧은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오래 기억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오는 18일 특별연설을 하고, 다음달 25일 미래 국정운영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 구상에는 멀루니 총리와 정도전을 항상 가슴속에 담고 있는 노 대통령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구상의 현실 적합성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문제도 해결하고, 현실정치에서 당장 표도 얻어오는 구상이라면 당-청관계는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모양이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은 아예 자취를 감추고, 탄핵 때처럼 노 대통령은 정치의 중심에 다시 설 수도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우리사회에 새로운 전선을 그을 것이고, 대선주자들도 대통령이 깔아놓은 멍석에서 놀기만 하면 된다”고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멀루니 총리나 정도전은 현실에서는 실패한 사람들이다. 노 대통령의 구상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경우, 당에서는 증폭효과가 나타나 노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2월 전당대회가 끝나면 5월 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쳐온다. 급류를 탈 수 있는 정치여건이다.

노 대통령이 11일 탈당과 관련해 “전당대회와 지방선거가 있으니, 일단 두고 보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정치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초·재선 “떠날 수도 있는 것” 중진급 “이미 다 끝난 얘기”

여당 엇갈린 반응

“단기적으로는 봉합됐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은 꼴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꺼내놓은 ‘탈당’ 관련 언급에 대해, 12일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당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의원은 “당이 싫어서, 감정적이고 돌출적으로 탈당하지는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사는 일단 확인됐다”며 “하지만 노 대통령이 탈당에 대한 관점을 분명히 함에 따라 당은 크나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당과 청와대가 당-청관계 연구 태스크포스 구성에 합의함으로써 ‘1·2 개각’ 파문을 둘러싼 갈등 양상은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많은 편이다. 대통령과의 면담 요구를 주도했던 문병호·최재천 의원 등 초·재선 의원 6명은 이날 오전 만나 “태스크포스 구성 등 우리가 요구했던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대통령에 대한 면담을 거듭 요청하지는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명에 참여했던 초·재선 의원 34명은 다음주 전체모임을 열어 태스크포스에서 연구할 당-청 관계 재정립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탈당 관련 발언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놓고 초·재선 의원들은 적지 않은 고민을 드러냈다. 문병호 의원은 “(당·청이)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같이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야 하지만, 다른 점이 서로한테 해가 된다면 따로 갈 수 있고, 대통령도 그 문제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던 안영근 의원은 “대통령의 발언이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라며 “5년 임기 가운데 남은 기간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또는 당 선거에 부담이 되는 경우 대통령이 떠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진 의원들은 파장을 우려한 듯 진화를 시도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당에서 불평과 불만이 있는데, 그렇다면 헤어져서 가는 것도 한번 검토를 해봐야 되는 것 아니냐는 원론적 문제제기”라며 “당장 실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근태 의원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만찬에서 ‘탈당을 근본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 사실상 (탈당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별거한 다음에는 재결합보다는 이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인식 차이를 좁혀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직계 그룹인 의정연구센터와 참여정치실천연대 등은 “대통령의 ‘탈당 고려’는 당에 대한 충심에서 나온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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