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지난해 오랜 숙제였던 법·제도적인 개혁을 마침내 해냈다”며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현장에 자리잡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갈등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국가정보원법·경찰청법 개정안 등 굵직한 권력기관 개혁법안이 지난해 모두 국회에서 처리된 것을 거듭 환기하며, 남은 임기 동안에는 바뀐 제도의 안착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이며, 법질서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1호 공약’이었던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매년 조금씩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왔다. 취임 이듬해인 2018년 신년사에서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적폐청산론’에 좀 더 무게가 쏠린 발언이었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공수처법, 국정원법, 검경수사권 조정 등 입법을 위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국회를 통과한 권력기관 개혁법안을 언급하며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속도전을 예고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개혁된 제도 안착”을 강조하는 것으로 내용이 변화했다. 추가적인 법·제도 개혁보다는 조만간 출범을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새해부터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 자리잡도록 힘을 쏟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무산 등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 등 검찰개혁 후속 조처 등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