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4천발 기관포 발사 ‘함정 최후 보루’
방사청, 근접방어무기체계 2027년 국산화
방사청, 근접방어무기체계 2027년 국산화
1967년 10월21일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북쪽 포트사이드항 근처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보다 4개월 앞선 그해 6월 이스라엘과 이집트 등이 벌인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중동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스라엘 구축함은 이집트 해군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집트 해군 고속정은 이스라엘 구축함을 향해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 4발을 쏘았다.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던 에일라트함은 명중돼 가라앉았고 이스라엘 해군 47명이 전사했다.
옛 소련은 1957년 10월 스틱스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1967년까지 대함 미사일이 과연 실전에서 쓸모가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에일라트 쇼크’는 세계 해군의 발상을 흔들었다.
에일라트함 격침 이후 세계 해군은 대함 미사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대함 미사일이란 새로운 창이 등장하자 이에 맞서는 방패도 나왔다.
군함들이 미사일 방어 무기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와 스탠더드 대공미사일을 결합한 이지스 시스템이 유명하다. 이지스함의 경우 미사일방어시스템은 3중망이다. 멀리서 날아오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은 스탠더드 대공미사일로 1차 격추하고 이를 통과한 미사일은 대함미사일방어미사일(RAM)이나 함대공 미사일이 요격한다. 그래도 살아남아 함정 가까이 접근한 미사일은 분당 4천발 가량 기관포를 쏘는 근접방어무기체계가 파괴한다. 근접방어무기체계는 함정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와 스탠더드 대공미사일은 세종대왕함 같은 이지스함에만 있다. 일반 군함들은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RAM), 함대공 미사일,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함정의 근접방어무기체계가 국내 기술로 개발된다. 방위사업청은 근접방어무기체계의 개발사업을 내달 착수한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해군은 네덜란드 탈레스사의 골키퍼와 미국 레이시온사의 팔랑스에 의존하고 있다. 국산 근접방어무기체계 개발에는 한국형 전투기(KF-21) 사업을 통해 확보한 능동 전자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기술이 적용되고, 외국업체와의 기술협력도 이뤄진다.
정부는 근접방어무기체계 개발을 2027년 완료해 해군의 신형 호위함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 해양정보함 등에 탑재할 방침이다. 방사청은 “해군 함정의 생존 능력과 작전지속 능력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출 기회를 만들고 국방 경쟁력이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근접방어무기체계 골키퍼. LIG넥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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