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 정책 기조를 밝히고 있다. 이제훈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는 가장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명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인영 장관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통일부 명칭을 남북관계부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장관은 “우리의 통일은 남북 관계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사회와 공감하며 풀어내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두 개의 나라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명칭을 우리가 먼저 사용하는 게 지혜롭다 말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남북관계부라는 명칭은 (통일보다) 현상 유지 관리로 비춰지거나 남북 교류협력으로 (부처의 업무) 영역이 제한되는 걸로 보일까 주저스럽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부’보다는 통일 지향을 분명하게 내세운 ‘통일부’라는 명칭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궁극적 지향을 설득하고 실리를 취하는 데 더 낫다는 얘기다.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1월2일 ‘남북 유엔 가입 30년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민주평통 전문가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은 30년 전 유엔 동시 가입으로 사실상 ‘투 코리아’를 기정사실화했다”며 “당장 실현 불가능한 ‘통일’보다 ‘남북연합’ 형성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부처 명칭도 ‘통일부’보다는 ‘남북관계부’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이인영 장관은 “종전선언 문제는 (2022년 2월)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서 추진하는 게 아니다”라며 “종전선언과 베이징올림픽을 불가분의 관계로 설정하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등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선수단은 참가하되 정부 대표단은 참석하지 않는 방식) 기류로 종전선언 추진이 벽에 부닥친 거 아니냐는 비관론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종전선언을 한다면 베이징올림픽에 가서 하는 것보다 그 전에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흐름과 관련해, 이 장관은 “한반도에 고강도의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남북이 다시 대화와 협력으로 나갈 수 있는 유동적 정세를 만들고 있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초, 이 몇 달의 시간이 한반도의 평화 정세를 향한 ‘기회의 창’이 되도록 다시 남북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최근 북한과 미국의 태도 등을 포함해 국내외 여러 여건들을 고려한다면, 지난해보다 올해에 더 상대적으로 정세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고 한반도 상황은 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의 북한 지원 문제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국민의 (백신 대북 지원) 수용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면서도 “우리 국민 부스터샷 접종 문제도 있고 해서 백신 대북 지원 문제를 정부 안에서 아직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백신의 수량과 종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200만∼300만 도스는 평양시민을 다 접종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수량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 쪽 백신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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