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에 헤어져 백발이 되어 만난 자매는 65년동안 쌓인 그리움을 나누느라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미인이었던 언니가 이렇게 많이 늙었네, 그래도 나는 바로 알아봤어, 나랑 똑같이 생겼어, 내가 언니 한번 업어주고 싶어, 언니가 힘들면 안 하고….” 남쪽 동생 조혜도(86·왼쪽)씨는 북쪽 언니 조순도(89)씨와 연신 귀엣말을 나눈다. 2018년 8월24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2회차 단체상봉. <한겨레> 자료사진
남북 교류를 신청한 생존 이산가족 10명 가운데 8명꼴로 아직도 북쪽 가족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존 이산가족들은 ‘전면적 생사확인’을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여겼다.
통일부는 9일 ‘제3차 남북이산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이렇게 밝혔다. 남북 교류를 바란다고 정부에 등록한 이산가족 가운데 생존자는 지난 4월말 기준 4만7004명(국내 4만5850, 국외 1154명)이다.
생존 이산가족들이 바라는 남북이산가족 교류 방식은 △전면적 생사 확인과 사망 때 통보 제도 추진 65.8%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상시 상봉제도의 추진 29.6% △남북 간 서신교환 제도 마련 25.8% △추석 등 특별한 시기에 정기적인 고향 방문 추진 18.5% △화상상봉 활성화 13.7% △당국 차원의 전화통화 제도 도입 및 활성화 12.6% △독립적인 민간기관을 통한 이산가족 민간교류 활성화 6.3% 등의 순이다.
직전 조사인 2016년 결과와 비교하면 다른 교류 방식은 선호 정도가 대체로 낮아졌는데 ‘고향방문’ 방식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1세대의 급속한 고령화로 북쪽 가족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 데 따른 영향을 보인다”며 “고향방문 선호도가 전보다 높아진 건 북쪽 가족이 사망하더라도 실행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짚었다.
남북 이산가족의 세대 간 교류 여부와 관련해서 이산 1세대는 당사자 사망 뒤 ‘자손 세대 간 교류 희망’이 54%인데, 이산 2~3세대는 91%가 ‘자손 세대 간 교류 희망’이라고 답해 선호도가 1세대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조사 대상인 ‘이산 2~3세대’는 (부모 세대를 포함한) 북쪽 이산가족과 교류를 원한다고 정부에 등록한 당사자들이라는 사정이 작용한 듯하다.
‘남북이산가족실태조사’는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5년 단위로 정부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와 비례할당으로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로 나눠 진행하는 법정조사다. 2011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4월말 기준 ‘이산가족 신청자’ 가운데 생존자 4만7004명(국내 4만5850, 국외 115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성·나이·거주지 등에 따른 비례할당 방식으로 5354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4월에서 10월말까지 일곱달 동안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