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M60 기관총을 든 영화 ‘람보’ 포스터
국군이 베트남전 이후 50년넘게 쓰던 ‘람보 기관총’을 국산 기관총으로 바꾼다.
방위사업청은 화력이 약한 소대급 케이(K)3 기관총과 낡은 엠(M)60 기관총을 대체하는 신형 기관총(K16)을 15일부터 전력화한다고 밝혔다. 2024년까지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보병, 전차, 장갑차, 함정, 헬기용 기관총이 모두 K16 기관총으로 바뀔 예정이다. 박정은 방위사업청 화력사업부장은 “(새 기관총 교체로) 소부대 전투력 향상 등 전력 강화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M60은 ‘람보 기관총’으로 유명하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 영화 ‘람보’에서 주인공이 이 기관총을 한 손에 들고 마구 쏘았다.
미국은 1958년 M60을 만들었고, 1960년대 베트남전에서 널리 사용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에게도 이 기관총이 보급됐다. 1971년 한국군 장비 현대화 계획에 따라 미군으로부터 M60을 넘겨받았고 1978년부터는 국내에서 면허 생산을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람보는 한 손에 M60 기관총을 들고 사격했지만, 서양인보다 체구가 작은 국군 병사에겐 너무 무거웠다. 특히 병사들은 행군할 때면 20㎏이 넘는 완전군장과 10.4㎏인 기관총을 들고 다니는 고통을 호소했다. M60 기관총은 과열된 총열을 교체할 예비 총열, 부피가 크고 무거운 7.62mm 총알까지 챙기려면 사수뿐만 아니라 부사수도 필요했다.
5.56mm 총알을 사용하는 K3 기관총. SNT모티브 누리집
병사 혼자서 들고 다니고 사용할 수 있는 기관총이 필요했다. 국군이 1989년부터 최초의 국산 기관총인 K3을 보급한 이유다. K3은 개발 단계에서 한국사람 체형에 맞게 디자인했다. 5.56mm 총알을 사용해 총 무게를 6.85㎏으로 줄였다. M60은 1990년대 이후 K3에 주력 기관총 자리를 내줬지만, 군에서 아직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1990년대까지는 K3처럼 5.56mm 총알을 사용하는 경기관총이 대세였다. 2000년 이후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겪으며 ‘화력이 더 강한 기관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탄헬멧, 방탄복 성능의 발전으로 실제 전투에서 5.56㎜ 기관총의 화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각국에서 7.62㎜ 기관총 선호도가 다시 높아졌다.
왼쪽부터 K16E(공축형)·K16(기본형)·K16D(승무원형) 기관총. 방위사업청
이런 추세를 반영해 신형 기관총 K16은 7.62mm 총알을 사용한다. 이 기관총은 5.56mm 총알을 사용하는 K3보다 사거리가 약 30% 늘어나고 파괴력은 2배가량 세졌다. 새 기관총은 소구경 총기제조업체인 SNT모티브가 만들었다.
새 기관총은 3가지 종류가 있다. K16 기관총(기본형)은 보병 소대가 근접 전투를 할 때 적을 제압한다. K16E 기관총(공축형)은 전차에 주포와 같은 방향(공축)에 설치해 포탑 내부 포수가 사용한다. K16D 기관총(승무원형)은 장갑차, 헬기, 함정 등에 달아 쓴다. 새 기관총은 기본형이 10.4㎏으로 M60과 무게가 같다. 방위사업청은 다시 무거워진 기관총을 가볍게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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