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8일 그동안 공개를 꺼려왔던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핵심무기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F-35A 전투기. 국방부 영상 갈무리
국방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우리 군의 각종 첨단무기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는 28일 오전 열린 긴급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강한 국방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제목의 약 6분짜리 영상을 시청했다.
이날 애초 예정에 없던 주요 지휘관회의가 긴급하게 열린 것이나, 국방부가 회의 뒤 일선 부대에 실전배치했거나 개발 중인 핵심무기체계를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올들어 북한이 8차례 미사일을 쏘는 등 무력시위를 이어가면서 안보 불안 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국방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안흥시험장에서 있었던 장거리 요격미사일(L-SAM) 시험발사 성공 장면이 담겨 있다. 영상에는 발사 이후 가상의 미사일 요격에 성공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장면도 있다. 장거리 요격미사일(L-SAM)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요격미사일로, 북한 탄도미사일이 고도 50∼60㎞에서 비행할 때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영상에는 또 지난 23일 장거리 요격미사일과 함께 시험했던 ‘한국형 아이언돔’ 시뮬레이션 장면도 들어있다. 이 무기는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무기체계다. 국방부는 지난 23일에는 이 시험들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영상에서 조기경보통제기(E-737),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중거리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천궁, 패트리엇(PAC-2, PAC-3) 미사일 등 기존 방어체계를 소개한 뒤 “여기에 L-SAM과 한국형 아이언돔의 시험발사 성공과 천궁-III 확보 등을 통해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에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스텔스 전투기(F-35A) 등 주요 공군 전투기 모습도 포함됐다. 스텔스 기능이 있는 에프(F)-35에이(A)는 유사시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침투해 적대 세력의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 시설 등 핵심 표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무기다. 이미 국내에 40대가 도입됐지만 군 당국은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할 것을 우려해 그동안 이 전투기 모습의 공개를 꺼려왔다.
지난해 9월 시험 발사 단계에서 공개했던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고위력 탄도탄 배치가 이뤄진 사실도 공개했다.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II를 비롯해 군 정찰위성, 경항공모함, 한국형 전투기 케이에프(KF)-21 전력화 계획 등이 소개됐다.
28일 오전 긴급 주요 지휘관회의가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 첫번째)과 원인철 합참의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국방부 제공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요 지휘관회의를 소개하며 “장사정, 초정밀, 고위력의 다양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해 전략표적에 대한 압도적인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중장거리 요격미사일 전력화 및 성능 향상을 통해 미사일 방어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보안을 이유로 핵심무기체계를 공개하지 않았고, 핵심무기 관련 내용이 보도가 되더라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올들어 북한이 무력시위를 이어가자 국방부는 이날 우리 군의 핵심무기와 능력을 공개해 국내 일각의 안보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고 대북 경고 메시지를 함께 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L-SAM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고,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육군 3사관학교 임관식 축사를 통해 평화를 위한 강한 국방력을 강조하면서 한국형 아이언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이지스함, 조기경보기, 초음속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 무기 개발 성과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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