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대북 군사대응 가능성 담은 결의안 지나치다”
“한국과 협의했어야” 유감 밝혀
“한국과 협의했어야” 유감 밝혀
정부는 10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로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일본이 유엔헌장 제7장을 근거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강력한 유감과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형 외교부 제2차관은 이날 오시마 대사를 만나, 유엔 안보리 논의 경과 및 남북 장관급회담 개최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교 관례상 구체적 협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면담에 대해 “일본이 초안을 작성해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유엔헌장 제7장에 기초를 둔 것이라, 앞으로 군사적 조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결의안 내용이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평화와 안정, 특히 한국 국민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도 9일 유엔 안보리 11개 이사국 및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유엔헌장 7장에 근거를 둔 안보리 결의안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는 6자 회담을 파탄내고 동북아 평화·안정을 해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헌장 제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조처’를 39∼51조에 걸쳐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42조는 경제 및 외교관계 단절 등 비군사적 제재가 불충분할 경우 유엔 안보리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에 필요한 공군, 해군 또는 육군에 의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무력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안보리의 제재는 대북 선전포고라며, 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정부는 또 이날 면담에서 일본이 한국 정부와 아무런 사전 협의없이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한반도 정세 전반에 직접적이고도 폭넓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북 결의안을 추진하면서,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라고 할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이 비록 유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당연히 협의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나종일 주일대사도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차관을 찾아 이런 뜻을 전하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나 대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필요하며, 한·미·일 사이에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또 야치 차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일본의 미사일 대응을 ‘야단 법석을 떠는 것’으로 묘사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며, 나 대사는 한국정부의 입장이 아니며 일본 정부를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했다.
이 차관은 또 오시마 대사와 면담에서 △한국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북한의 이런 도발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를,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신중하면서도 단합된 메시지로 제때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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