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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유엔 결의안 놓고 한중일 외교전

등록 2006-07-11 11:20수정 2006-07-11 11:28

올인하는 일본, 방어에 나선 한·중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위기국면이 생뚱맞게도 한국과 중국, 일본이 뒤엉킨 외교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주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의 내용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새로운 전선(前線)이 형성되는양상이다.

◇결의안 채택에 올인하는 일본= 자국이 주도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10일 일본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회담을 갖고 결의안을 조기 채택하되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아소 외상은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각각 전화회담을 가졌다. 리자오싱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아소 외상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동의는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미.일의 공동보조를 확인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0일 라종일 주일 한국대사와 외무성에서 만나 일본이 대북 제재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데 이해를 요구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신속히 내야 한다"며 "일본과 한국이 자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일본의 외교역량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당초 표결이 예정됐던 10일 밤 중국이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회람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자 표결이 연기된데서 보듯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입김을 벗어나기 힘든 국면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까지로 예정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6자회담 의장격)의 북한 방문까지 표결을 미루고 지켜보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 극적인 상황반전이 없을 경우 다시 결의안 채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끝내 결의안 채택이 불발에 그칠 경우 미국을 비롯해 제재결의에 찬성하는 국가들과 연대해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구속력이 없는 유엔 '의장성명' 정도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어 보인다.

아베 관방장관은 10일 국회에서 "유엔결의의 향방과 북한의 대응에 따라 일본 독자 또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 함께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는 개정 외환법에 근거한 무역제재를 발동하거나 제3국을 거친 대북 우회무역의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사일 제조에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부품과 관련기술 등이 북한에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대북 송금중단과 자산동결, 만경봉 이외 북한선박의 입항금지 등도 단계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한중, 日 의도 공동 인식 = 한국과 중국은 북한 미사일 사태를 기화로 일본이 엉뚱한 논리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 지역정세를 해치는 도발행위라는 점에서 안보리에서 이를 비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이 투명하고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노골적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경화와 군국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한국과 중국 정부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다각적인 채널을 동원해 일본측에 '신중한 행보'를 촉구했다.

이규형(李揆亨)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10일 오시마 쇼타로(大島 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또 라종일 주일대사도 야치 일본 외무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주변국가와 충분한 상의없이 추진하는 것은 외교관례를 벗어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즉각적이고도 강경한 대북 제재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발사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박 및 항공기 안전상 지탄받을 소지가 크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사일과 관련한 국제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통해 대북 제재에 곧바로 착수하기 보다는 의장성명 등으로 경고를 하면서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는 중간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일단 유엔 안보리 표결이 연기된 만큼 북한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히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 부부장이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비공식 6자회담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도 같은 날 개막하는 남북 장관급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움직임은 보다 직접적이다. 중국은 일본이 상정한 결의안 대신 안보리 의장성명을 만들어 10일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시켰다.

의장성명은 내용면에서는 일본의 결의안과 비슷하지만 대북 압박 수위가 훨씬 낮고 법적 구속력도 없다.

앞서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일본이 대북 제재결의안에 관한 협의를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일본과 미국이 표결을 목표로 한다면 현재의 결의안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우 부부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재발사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제재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도록 한다는데 외교역량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일본측 결의안이 "안보리의 단합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반박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끝내 협상장으로 이동하지 않을 경우 중국의 처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북한의 입장전환이 없을 경우 다시 추진될 안보리 결의안에 중국이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중국과 일본은 험악한 관계로 되돌아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우탁 기자 (서울=연합뉴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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