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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총리 넘보는 아베 신조 ‘대북강경론’의 뿌리

등록 2006-07-12 14:33수정 2006-07-12 15:19

“평양에 냉이풀도 나지 못하게 하겠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을 움직이는 사람은 명실공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다. 대북 경제제재인 북한 '만경봉호'의 입항금지 조치가 그의 손에서 나왔고 일본 국방의 국시격인 '전수방어'(자위)의 틀을 허물 수 있는 '적국 기지 공격론'까지 제기하고 나서는 등 행보에 거칠 것이 없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만지작거리며 일본에서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성장한 아베 장관은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아 거듭 '북한 때리기'로 '포스트 고이즈미'에 바짝 다가섰다. '강경파' 아베 장관은 과연 어떤 인물이며 그의 '강성'의 뿌리는 어디인가.

◇ "냉이풀도 나지 못하게 하겠다"..'北 때리기'로 총리까지 넘봐 = 아베 장관을 일본 유력 정치인으로 키워 준 사건은 2002년 9월17일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 방문이었다. 관방부장관으로서 그는 고이즈미 총리를 동행했으며 북한측이 '5명 생존, 8명 사망'을 확인하자 '납치문제'를 정치일생의 기반으로 삼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에게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강력히 요청했던 아베 장관은 귀국 다음날 '납치가족회'를 혼자 찾아가 그간 정부의 무대처를 사죄하고 용서를 빌었다. 이 일이 보도되면서 그는 일본 최고의 유력 정치인으로 솟아올랐다. 대북송금 저지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외환법과 북한선박 입항을 금지하는 법, 북한인권법 등은 모두 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일본 정부조사로 2004년 말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판명되자 아베 장관은 "그들(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압력 뿐이며 경제제재를 발동할 단계가 왔다"고 주장했다. '대북 경제제재론'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평소 사석에서 그는 "평양에 냉이풀도 나지 못하게 하겠다" "북한 체제붕괴를 유도해야 한다"는 등의 섬뜩한 발언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북한에 이처럼 적대감을 표출하는 것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가 일본의 안전을 위협하는 '준 도발행위'이라는 입장에서다. 하지만 그것보다 '북한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으로 급성장했고 일본 정치환경에서 이것이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에 가깝다.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주저없이 대북 제재 조치를 꺼내들고 유엔 제재결의안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장관은 10일 '대북 때리기'가 무엇을 겨냥한 것인지 스스로 드러냈다.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헌법의 자위권 범위 안에 있다는 견해가 있는 만큼 논의를 심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국민과 국토, 국가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의 관점에서 검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조장한 대북 강경여론에 기대 '자위'를 넘어서는 군사대국 일본을 추구하겠다는 속셈이다.


◇ 개헌추진.야스쿠니참배 긍정..과거사 무반성 = 아베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 등 일본정부 지도층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데 대해 "국가를 위해 숨진 분들을 위해 합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것은 (전몰자의)명복을 비는 일"이라며 정당화하고 있다.

신사참배에 관한 그의 이러한 입장은 전쟁책임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일제 군국주의 침략전쟁 책임에 대해 "국내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다. 정부로서 구체적으로 누구의 책임이라고 못박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A급 전범을 재판한 도쿄 전범재판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주체적으로 재판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당성을 부인하고 있다.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도쿄 전범재판 결과를 수락한 것에는 "저지먼트(judgment.판단)를 수락했다"며 '재판'이 아닌 '판결'만을 수용했다는 인식을 밝혔었다.

아베 장관은 조만간 내놓을 '집권 외교구상'에 평화헌법의 개정을 내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북한 위협론'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개헌을 위한 알리바이라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2004년 발매된 주간지 '아에라'와의 회견에서 아베 장관은 "자위권의 연장선상에서 교전권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보유와 교전권을 금한 평화헌법 9조를 단순히 실재하는 자위대를 추인하는 수준을 넘어 공격적 군사력을 용인하는 '보통헌법'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 개헌에 관한 아베 장관의 구상이다.

아베 장관은 종군위안부에 대해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지론을 갖고 있고 자민당 간사장 시절에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펴낸 후소샤판 교과서를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독도에 대한 공세를 지휘한데서 드러났듯이 영토확장에 대한 야욕도 그의 전공분야이다.

◇ A급 전범의 손자..'日 대국화'가 목표점 = 아베 장관은 일본 정가의 '귀공자'로 불린다. 가문 덕택이다. 부친은 1980년대 외상을 지냈던 아베 신타로이며 외조부는 A급 전범으로 스가모감옥에 3년3개월간 복역했다가 풀려나 총리 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이다. 기시의 동생, 즉 아베 장관의 외가쪽 작은 할아버지가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를 반환받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이다.

아베 장관은 '친한파' 정치인이었던 부친과는 얼굴만 닮았을 뿐 강성의 정치성향은 외조부에게 물려받았다고 이야기된다. 기시는 일제에서 관료로 출발, 만주 괴뢰국의 관료를 거쳐 A급 전범으로 사형된 도조 히데키 내각에서 상공장관을 지냈다가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투옥됐다. 그러나 도조 등이 교수형에 처해지기 하루 전날 무죄로 석방됐다.

평화헌법 개정을 내걸고 1957년 총리가 된 기시는 1960년 미.일안전보장조약의 개정을 추진, 국회비준을 강행했다가 국민의 비난에 몰려 물러났다. 집권 기간 헌법개정조사회를 설치, 개헌을 적극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승전국 미국이 부여한 평화헌법을 고치는 것이 주권국가 일본으로 거듭나는 길이라는 것이 기시의 국가관의 요체였다.

아베 장관은 일본 메이지유신을 촉발한 무대이자 총리를 7명이나 배출한 야마구치(山口)현 출신이다. 이토 히로부미 등이 자신의 집안과 교류한 일 등을 듣고 자랐다. 그와 부친의 이름 중 '신'(晋)은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다카스키 신사쿠(高杉晋作)에게서 따온 것이다. 아베 장관의 처가는 모리나가(森永)제과 창업주 집안으로 '아베가'는 불과 100여년 사이에 일본 최고의 명문가로 성장해있다.

아베 장관은 일본이 군사적 보통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지렛대로 개헌을 주창하고 일본의 역사와 전통에 긍지를 지닌 후세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주장, 외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우익.강경'의 혈맥을 고스란히 재창출해내고 있다.

신지홍 특파원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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