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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해외전문가의 눈1] 결의안은 미-일 승리…추가제재 불가피할듯

등록 2006-07-16 17:53

안보리 결의, 미-일 성공작
대북 제재 실효 거두려면
관련국들 협력 끌어내야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수주간의 국제적인 압력에 대응해 북한은 한 발도 아닌 6발을 시험발사하는 형태로 자기 식의 7월4일 독립선언을 공표했다. 몇시간 뒤 7번째 발사가 이뤄져 앞으로도 추가적인 발사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 중국으로부터 수차례 경고와 최후통첩에 맞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의 예상되는 대응에 대해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미국은 시험발사를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재빠른 외교적 대응을 약속했다. 그러나 발사 이전에 회자되던 리스크가 더 큰 군사적 옵션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행스런 일이다. 아마도 장거리 대포동2 미사일 발사가 분명히 실패한 것도 부분적인 이유가 됐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관계도 없고 협상을 진행해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궁극적인 대응은 추가적 경제제재를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15일 안보리 결의안이 성공적으로 통과된 것에 비춰볼 때 현시점에서 추가제재는 거의 피할 수 없게 됐다.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하지 않아 반드시 군사적 수단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일본에 이번 결의안은 거의 모든 점에서 멋진 성공작이다.

일본과 미국은 매우 강력한 문구가 들어간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고 고집함으로써,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문구나 내용 면에서 훨씬 강력한 결의안의 타협을 이끌어냈다. 지난 1주일에 걸쳐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미사일 발사에 강경대응하는 쪽으로 조금씩 이동한 것은 아마도 북한이 계속 고집을 피웠기 때문일 것이다. 실행이라는 면에서 볼 때 일부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이번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강제적 제재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유엔이라는 이름 아래 강력한 양자적 제재를 위한 길을 열어준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내에선 경제제재의 효율성과 도덕성에 대한 정책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광범위한 제재가 위법한 정치지도부에 타격을 주지 못하고 일반국민들만 피해를 입히는 경향이 있다는 인식에서 정권지도자를 겨냥한 ‘날카로운 제재’(smart sanctions)에 대한 요구가 생겨났다. 이 경우가 북한에는 거의 들어맞지 않는다. 미국은 적성국교역법에 따라 1950년 이래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제재망을 유지해왔다. 2000년 6월 클린턴 정부가 여행과 교역 제한조처를 일부 상징적으로 해제한 경우를 제외하고, ‘테러지원국가’로 지정된 데다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가 계속되면서 북한에 대한 좀더 광범위한 제재 체제는 대체로 변함없이 유지돼왔다. 오히려 지난해 가을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 폐쇄와 은행내 북한 자산의 동결을 불러온 수사와 같은 북한의 돈세탁 등의 활동에 대한 최근 강경 조처는 기존의 제재 틀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그런 틀에 공격적인 ‘날카로운 제제’를 추가한 것이다.

미국의 현행 제재 체제의 포괄적인 성격과 함께 외교·경제적 유대관계가 전혀 없다는 점이야말로 북한이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대단한 도발에 대해 미국이 실제로 취할 추가적 옵션이 무엇일까라는 진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완화했던 제한조처들을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사문화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에 대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표면적인 보상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완화조처에 대한 복원조처는 적절한 조처로 고려될 수 있다. 게다가 미 상원 지도부는 이란·시리아를 겨냥해 시행중인 비확산법 대상국에서 북한을 추가하는 북한비확산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안보리가 행동에 나선 이상 이런 노력들은 신속하게 추진될 것 같다.

미국은 북한의 불법활동을 단속하고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해 미사일 등 무기거래를 중단시키려는 법집행 노력을 계속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은 미사일 발사와 상관없이 계속됐을 것들이다. 부시 행정부의 일부 인사들이 마카오에서 금융제재로 북한이 실질적으로 불편해 한다는 증거에 고무되긴 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 단독의 제재만으로 북한체제 변화는 고사하고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복귀시킬 수 있다고 보는 분석가들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조처들이 효과가 전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방코델타아시아은행 사례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미국내 사업을 제한하는 행정명령 형태의 추가제재들은 대상이 된 개별기업들 말고도 다른 기업들을 소름돋게 하는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번 위기를 북미간의 대결로 파악하려는 흐름에 반발한 것은 현명한 처사이다. 중국과 한국, 러시아, 일본의 지원 없이는 대북제재의 의미가 없다. 미사일 발사 이전에 광범위한 경고를 발하는 외교적 노력이 이뤄진 것처럼, 그런 외교적 노력들은 북한의 최근 도발의 결과에 대해 지역의 제3자들도 동참토록 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그러나 어떤 제재든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한쪽에선 체제 불안과 체제변화를 항상 희망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보다 현실주의적 시나리오는 단합된 국제적 대응으로 북한이 진지한 태도로 협상테이블에 복귀하도록 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 이후 며칠 동안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6자회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현재 미국 외교는 다른 나라의 힘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동맹구축 훈련 이상을 하고 있다. 북한이 주변국의 분명한 의사를 무시함으로써 벅찬 외교적 도전에 직면한 미국은 약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때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북한이 오랫동안 대화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주장들을 반복하면서 중국 쪽의 협상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부장이 이끄는 중국의 방북대표단은 빈손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이 일정을 앞당겨 조기 종결되면서 남북프로세스도 후퇴했다. 지난주에는 이처럼 외교적 프로세스의 재개를 막는 장애물들이 더 높아졌다.

북한이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다거나 중국의 옆구리찌르기가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지난 수개월간 협상테이블 복귀를 거부해 온 북한이 미사일 발사 결정에서 상상했을 것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운 채 대화에 복귀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비난과 잠재적인 제재에 직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일본의 새로운 제재, 한국의 지원 중단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제재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실로 장애물은 더 높아지고 있다.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한국경제연구소(KEI) 연구실장, 대서양위원회 선임연구원 등 역임
한반도 문제 전문 연구·기고자, 4차례 방북
<선한 의도:북한내 국제 엔지오 활동 경험>(2003) <북한의 국제경제적 연계>(1994)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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