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방송> 아나운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에 대한 외무성의 성명을 보도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방송 연합
미사일 추가발사 시사…이번주 재외공관장 회의
15일(한국시각 16일 새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1695호)에 대한 북한의 거부는 예상대로다. 그러나 대응의 신속성과 비난의 강도는 의외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논의는 “강도적인 행위”(외무성 대변인 성명)이고, 안보리 결의는 “폭력집단들이 하는 짓”(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대사는 결의 채택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사일 발사는 국제법 및 조선(북)이 맺은 양자·다자협정에 위배되지 않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했듯,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안보리 결의가 북핵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16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조선 대 미국의 문제”라고 규정해, 앞으로의 행보를 내비쳤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도 “북한은 지금껏 여러번의 ‘치킨게임’에서 그래왔듯 앞으로도 미국만 보고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킨게임은 두 명의 경쟁자가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 충돌 직전에 운전대를 먼저 돌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미국이 양자협의 등 ‘양보 조처’를 취하지 않는 한, 북한은 미국에 맞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북쪽의 최근 행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지닌채 10∼15일 평양에 머문 후이량위 국무원 총리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면담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게 대표적이다. 후 주석까지 직접 나선 중국의 6자 회담 복귀 요청도 뿌리치며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2001년 7월 이후 5년 만에 재외공관장회의를 이번주부터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 소식통은 “정확한 소집 이유는 모른다”면서도, “최근의 긴박한 상황 전개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에서 북한에 “자제를 발휘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삼갈 것”을 주문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북한은 ‘출구’(해결책) 모색 차원에서라도 대포동2 추가 발사 등 위기를 더높일 추가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7일 미국 뉴욕에서 박 대사를 만난 이창주 국제 한민족재단 상임의장은, 박 대사가 “우리 공화국은 2단계 실험 준비가 되어 있다”며 “2단계 실험이 이루어지면 더욱 강력한 힘과 기술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보리 결의 직후 발표된 북한 성명은 “더 강한 다른 형태의 물리적 행동”을 언급해, 핵실험을 연상케 하는 ‘다른 카드’도 내비쳤다.
그러나 북한의 강경대응엔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 2004년 초반처럼 북쪽의 회담 복귀를 압박하려고 원유 등의 대북지원을 전략적으로 일시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의 쌀 제공 유보 조처에 더해, 북쪽엔 간단치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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