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폭탄은 투하되면 다수의 자탄(子彈)으로 분리된다.
1999년 코소보사태때 위력 실감 “복구에 20시간 걸려”
1999년 5월 코소보 사태 당시 유고상공을 비행중이던 미국의 F-117A 스텔스 폭격기가 ‘이상한 폭탄’을 떨어뜨렸다. 이 폭탄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유고 전역에 공급되는 전기의 70%가 차단돼 유고쪽 주요시설의 전기가 복구되는 데 7시간에 걸렸다. 일반 시설의 전기는 20시간만에야 겨우 복구됐다. 유고 전역을 암흑천지로 만든 엄청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시설피해나 인명살상은 전무에 가까웠다. 이 폭탄의 공식 이름은 ‘탄소섬유자탄’이지만 전력망을 파괴한다고 해서 ‘정전폭탄(Blackout Bomb)’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폭탄이 투하되면 다수의 자탄(子彈)으로 분리되고, 분리된 자탄으로부터 화학처리된 탄소 흑연 필라멘트가 살포돼 변압기나 개폐기 같은 전력공급시설을 차단한다고 해서 ‘흑연 폭탄’으로도 불린다.
애초 적 레이더망을 교란하기 위한 무기로 개발이 시작됐으나 주 전력 공급 발전소에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무기로 태어나게 됐다. 미국은 이 폭탄의 파급 효과 때문에 다른 나라에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한사코 꺼려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폭탄이 개발된다.
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올해부터 3년간의 기술개발을 거쳐 2009년 정전폭탄의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7일 밝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 18일 정전폭탄의 시제품 개발업체로 ㈜풍산을 선정했다. 정전폭탄은 항공기나 함정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에 실려 유도장치에 의해 공중에서 폭발된다.
이때 니켈이 함유된 탄소섬유가 무수히 방출돼 송전선에 걸리게 되며, 단락현상이 일어나 정전이 된다. 또 전력망에 갑자기 과부하가 걸리면서 각종 전기·전자장비가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폭탄은 지하에 전력 케이블을 매설하기 힘든 산악지형의 송전망을 공격할 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국에 7천~8천여 개의 지하 군사기지를 구축해 놓고 있는 북한지역의 경우 유사시 대형 발전소 상공에서 이 폭탄을 터트리면 전력공급 차단으로 상당수의 지하요새가 무력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전시에 발전소 등 적의 기간산업을 파괴한다면 전후 복구에 엄청난 비용과 시일이 소요된다”며 “전쟁 승리 뒤 적 지역 민심이반을 막고 신속한 전후복구를 위해 비살상무기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대전의 추세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탄소섬유를 이용한 전기·전자장치 파괴기술을 올해 착수할 핵심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한겨레>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화학처리된 흑연 필라멘트가 터져나와 적의 전력 송출시설을 파괴해 정전을 일으켜, 적의 전쟁 수행능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다주는 이른바 '정전폭탄'. (사진=월간공군)
군 소식통은 “전시에 발전소 등 적의 기간산업을 파괴한다면 전후 복구에 엄청난 비용과 시일이 소요된다”며 “전쟁 승리 뒤 적 지역 민심이반을 막고 신속한 전후복구를 위해 비살상무기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대전의 추세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탄소섬유를 이용한 전기·전자장치 파괴기술을 올해 착수할 핵심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한겨레>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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