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예고 파장]
미, ‘정치적 유연성’ 발휘할 때
중, 북-미 중재역 적극 나서야
가능한 모든 창구 남북대화를
미, ‘정치적 유연성’ 발휘할 때
중, 북-미 중재역 적극 나서야
가능한 모든 창구 남북대화를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며 위험한 상황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한반도는 이미 1994년 제재와 선전포고의 정면대결이 전쟁 위기로 비화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또다른 ‘파국’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한 국제사회와 남북한의 일치된 합의가 필요하다. 그 핵심에 미국과 북한의 자세 변화가 존재한다. 우선, 미국이 움직여야=무엇보다 미국이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상황을 타개하려면 현실적으로 미국이 ‘정치적 유연성’을 발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 외무성의 이번 성명을 두고 미국에 공을 넘긴 것으로 풀이한다. 핵실험이냐 대북 적대정책 철회냐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초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로 이어졌지만, 북한은 이번에 더 강력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 안보리가 더 강력한 제재를 수반하는 결의로 맞서려 한다면, 북한의 대응행태상 핵실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게 상당수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이 시기 승부수를 던진 것 자체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행정부에서 북-미 협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메시지에는 정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성 열린우리당 의원은 “외무성 성명의 목표는 부시 행정부의 ‘김정일 정권 교체전략 중단 요청’에 다름아니다”라며, 부시 행정부가 되도록 이른 시기에 조건 없는 북-미 고위급 대화를 실현시켜 북핵 문제의 일괄타결을 통해 북의 핵실험 유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을 주문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성명이 북-미가 서로 명분을 해치지 않고 마주앉을 ‘제3의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1994년 전쟁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해법을 찾은 것처럼 이번에도 민간 고위 인사를 북한에 보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인디애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역할론=북한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중국의 역할은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고위급 대북특사의 파견이다. 그러나 지난 3월 탕자쉬안 국무위원의 비공개 방북 및 7월 후이량위 부총리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방북이 사실상 실패한 사실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부 관계자도 “방북이 성과를 거두리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중국이 그렇게 직접적으로 움직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국·일본 등과 협조해 미국의 정치적 유연성을 끌어내는 방법도 있다. 6자 회담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아직 구체적 내용이 마련되지 않은 이 방안에 지지를 밝히는 ‘위험부담’을 감수한 것은, 이를 통해 미국의 정치적 유연성을 이끌어내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로 돌파?=남북의 직접 대화로 현 상황을 뚫고나갈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은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거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일텐데, 그에 앞서 특사 파견을 하더라도 무슨 얘기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대북 금융제재 조처를 풀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부회장·기독교장로회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사무국장)도 “(대북 특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사 파견 등 파격적인 형식을 동원해 반전을 꾀해야 한다고 본다”며,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한 “남한의 주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부 핵심부에서 정상회담이나 고위급 특사 파견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이제훈 백기철 이유주현 이정애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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