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연쇄 정상회담 과제
한국, 중과 중재협의…일엔 강경자제 촉구
미국에 ‘북과 협상 요구는 한국권리’ 밝혀야
한국, 중과 중재협의…일엔 강경자제 촉구
미국에 ‘북과 협상 요구는 한국권리’ 밝혀야
이번주 한국-중국-일본의 3각 연쇄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 외무성의 ‘앞으로 핵시험을 하게 된다’는 성명(3일) 발표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한 ‘정상 외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안적 해법의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을 가능하게 했던 한국의 ‘중심적 구실’이 다시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북 직접 담판으로서의 남북 정상회담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일단 중국이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8일 “한-중간에 대북 특사 파견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하고, 일본한테는 제재가 효과적 수단이 아님을 명확하게 밝히고 대북 강경 국면에 앞장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미국이 움직이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북 대화 창구가 살아 있는 중국이 역할을 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될 대안을 한-중이 마련해 북한에 제시하고, 중국의 특사 파견 등 대북 설득·압력 과정에서 한국의 시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활용할 정치적 의지가 있느냐가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데 관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미국이다. 북-미 직접 협상으로 길을 열어야 한다는 인식을 한-중-일 연쇄 정상회담에서 한국 주도로 공유하고, 이를 미국에 촉구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한국은 미국에 북-미 양자 협상을 촉구할 권리가 있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만 교수는 “미국의 대응은 중간선거 과정에서 여론이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한국 정부가 그동안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미국에 좀더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미국에 지금껏 미-북 양자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백학순 실장은 “압력만 넣고 물밑·비공식 협상을 하지 않는 건 핵실험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핵문제를 두고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동만 교수는 “디제이 카드(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간 남북 당국관계에서 신뢰를 제대로 쌓아오지 못해 남북관계에서 활로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도 “북한은 핵문제를 민족문제가 아닌 미국을 상대로 한 외교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설령 한국 정부가 핵문제를 다룰 정상회담이나 특사 파견을 추진한다고 해도 북쪽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중국, 언제 얼마만큼 나설까
대북압박 동의…특사파견등 수위조절 고심
북한의 핵실험 선언은 중국의 외교력을 다시 시험대에 세웠다.
중국으로선 이번에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명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하기 힘들다. 중국은 6일 북한의 핵실험 포기를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에 동의했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찬성한 이후 두번째다. 미사일 발사 당시엔 북과 미국에 대한 설득을 먼저했다. 순서는 바뀌었지만 이제 중국의 행보는 핵실험 강행과 제재라는 대결국면을 막기 위해 북-미 양쪽을 설득하는 쪽이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선언 직후,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한 것은 이런 정책의 연장선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중국의 ‘분노’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만 〈중앙통신〉이 5일 홍콩 시사잡지 〈개방〉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도 그런 맥락이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되는 제3국의 침략에는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북-중 우호조약 개정안을 ‘각서’ 형태로 북한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개정 가능성보다는 제안 그 자체에서 의미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핵실험 선언이라는 강수에 북-중 관계 전면 재조정이라는 초강수를 내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장성명에 동의함으로써 중국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조만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할 것이며, 이를 배경으로 중국이 조만간 북한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 설득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미 은밀한 내부 협의를 통해 고위급 특사 파견의 조건들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으로선 특사 파견이 부담스럽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방북이 성과를 거두리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 한 중국이 특사 카드를 쉽게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특사가 아니라 총리급의 지도부가 직접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미국, 전면제재안 회람
금융 더 죄고 선박 검문…일단 예방외교 주력
북한의 핵보유 불용 입장을 밝힌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외견상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한 ‘예방외교’에 일단 주력하는 양상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4일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 쪽에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심각한 우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한 데 이어, 6일 안보리의 의장성명을 통해 강력한 경고를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며칠 안에 한·중·일 정상들과 접촉해 핵실험 저지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몇차례 국가안보회의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으며 핵실험에 대비해 일련의 대북 추가제재 조처방안을 담은 비밀문서를 작성해 고위관리들에게 회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에 이어 북한까지 제재하는 상황이 국제공조에 균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기류는 핵실험시 제재 쪽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람되는 조처에는 금융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는 것을 포함해 지난 7월 통과된 미사일 관련 안보리 1695호를 근거로 선박 검문 등의 방법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지금까지 행정부 내 강온파간의 ‘제재냐 보상이냐’를 둘러싼 논란을 끝내고 ‘전면적인 제재’로 귀결될 것이며 ‘전면적인 제재’의 범위에 대한 논란만 남게 될 것”이라고 한 고위관리는 말했다. 협상파로 알려진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연일 “북한의 끔찍한 도발행위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강구할 것”이며 “북한은 핵과 미래 두 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을 것”라고 연일 강조하는 것도 미 행정부 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면 우리가 (양자)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협상에 결코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간 담판 가능성도 배제했다.
지난달 말 미 의회가 통과시킨 ‘2007년 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된 조항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법안 서명 뒤 60일 안에 대북정책을 재검토화고 대북협상을 이끌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야 한다. 핵실험 뒤에는 이 또한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조정관을 임명해도 핵실험이 실시될 경우엔 그 역할은 강경 분위기에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중국, 언제 얼마만큼 나설까
대북압박 동의…특사파견등 수위조절 고심
아베 신조 신임 일본 총리(왼쪽)가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미국, 전면제재안 회람
금융 더 죄고 선박 검문…일단 예방외교 주력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왼쪽)가 지난해 7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베푼 환영연에서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옆에 앉아 있다. 베이징/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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