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상당부분 이미 실행…민간교류 제재 요청 땐 ‘곤혹’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된 15일, 청와대엔 긴박감이 흘렀다. 서주석 안보정책수석 주재로 곧장 첫 차관보급 대책회의가 열렸고, 외교통상부가 결의안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밝히는 형태로 회의 결과를 내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노 대통령은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 다음날인 14일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차관보급 대책회의를 상시 운영하기로 하는 등 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그렇지만 대북제재 방안을 놓고 청와대는 여전히 “국제적으로 조율된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처가 중요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북 포용정책의 부분 수정 필요성 검토’ 발언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청와대는 포용정책을 수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강도높은 대응조처와 함께 대북 포용정책의 효용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청와대 일각에서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은 최종적인 정책수단으로 온갖 변수를 다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 분명한 경고가 될 수 있는 수준의 대북조처를 통해 정부의 의지를 국내외에 분명하게 전달하겠지만, 그 방안은 하루 이틀만에 정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 핵심 인사는 “노 대통령이 지난 11일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들과의 다과회에서 한 발언에 정부의 방향은 다 나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여야 대표, 전직 대통령, 외교안보 전문가를 잇따라 만나 의견을 수렴한 뒤 11일 “강온 정책을 적절히 배합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밝힌 게 정부의 정책 기조라는 것이다.
실제 이 원칙은 지난 13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지지하고, 북핵불용 원칙 속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구체화됐다.
청와대에선 현재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놓고 심각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검토대상으론 우선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됐던 쌀·비료 등 북한 수해복구를 위한 물자의 지원 중단 조처을 지속하는 것이 꼽힌다. 여기에다 일부에선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대북 현물지원 및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더욱 강도높은 후속대책을 취한다는 내부방침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다른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북핵 실험 이후 대북지원에 대한 정책 수정 등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그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은 국제사회와 북한의 대응 조처 등을 봐가며 최대한 신중하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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