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와의 만남 양보하며 ‘응원전’…일 돌출행동 견제도
북핵 6자 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8일 베이징에서 북-미 마라톤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손에서 전화기를 거의 떼지 못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담판을 하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고비마다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김 부상 말의 ‘숨은 뜻’을 묻기도 하고, 협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북-미가 만나는 자리에 한국도 한 발을 걸치고 있었던 셈이다. 이틀에 걸친 북-미 협의에서 한국은 ‘보이지 않는 응원단’이었다. 한국은 28일 북-미 협의가 길어지자 예정됐던 한-미 협의를 흔쾌히 양보했다. 정부 당국자는 “천 본부장이 그날 밤 힐 차관보와 만찬을 하기로 했었는데, 힐 차관보가 김 부상과 만찬을 하기로 했다고 해서 기꺼이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29일 오전 남북 접촉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이날 속개된 북-미 협의를 위해 양보했다. 이 당국자는 “북-미가 만리장성을 더 쌓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물러나줬다”고 말했다. 한국은 애초 이번 베이징 연쇄회동에 나갈 뜻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사이에 확실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한-중에도 이미 얘기가 많이 오갔기 때문에 굳이 베이징에 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베이징에 대표를 보낸 것은 일본 때문”이라며 “일본이 납치 문제를 들먹여 분위기를 흐리지 않도록 견제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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