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수석대표, 북 김계관 베이징서 회동
남·북 6자 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6자 회담 재개와 진전 방안을 협의했다. 천 본부장은 이번 북-미 협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내용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을 김 부상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28~29일 열린 북-미 협의에서 “북한으로서는 미처 검토하지 못한 내용이 포함된 제안을 처음으로 북한에 내놨다”고 한국 정부 당국자가 말했다. <도쿄신문>은 “미국은 북한이 핵시설 동결과 폐기에 응하면 미-북 외교장관 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북-중 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일본 쪽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공은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1시간10분의 남북 회동 뒤, 천 본부장은 “6자 회담의 실질적 진전 방안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며 “6자 회담을 재개해 진전을 이룬다는 큰 뜻에는 이견이 없지만 조율할 것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남북 수석대표 만남은 4월에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 회의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김 부상은 “비핵화는 위대한 수령님의 유훈으로, 9·19 공동성명에 있는 우리의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으나, “현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자 회담이 언제 재개될지는 “조금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회담 관계자는 “이날 남북 협의에서 천 본부장은 김 부상에게 미국의 태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며 “천 본부장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이 과연 바뀌었느냐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 같았지만, (미국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 공항을 떠나며 “북-미 협의에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기까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상의했다”며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6자 회담의 12월 중순 재개 여부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워싱턴 도쿄/유강문 류재훈 박중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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