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핵화 없인 모든 것이 불가능”
6자 회담 첫날 ‘평행선’
6자 회담 첫날 ‘평행선’
북한은 6자 회담 첫날인 18일 미국의 금융제재뿐만 아니라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려야 ‘9·19 공동성명’ 이행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며,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현단계에서 핵폐기를 논의한다면 이는 불가피하게 핵 군축 회담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며 북한의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베이징 조어대(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 수석대표 연설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폐기를 요구한다면 핵 군축 회담이 될 수 있다는 걸 지적했다고 회담 소식통이 전했다. 그는 조건이 성숙하면 핵프로그램 포기를 논의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선 유엔 제재 등 모든 제재가 풀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번 회담에선 9·19 공동성명 이행 논의에 주력해야 한다”며 “미국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으나, 이는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했을 때만 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전체회의가 끝난 뒤 “우리의 인내심은 국제사회에서 바라는 한계를 넘었을 수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길로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핵 폐기의 전 과정과 상응조처를 몇 단계의 큰 묶음으로 나눠 이행하는 접근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본부장은 이른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하나의 조처에 전체가 볼모가 되는 위험이 있다며 탄력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강조했다고 회담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문제를 협의할 북-미 실무그룹 회의는 북한 대표단 사정으로 하루 늦춰져 19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를 수석대표로 하는 북한 재무실무팀이 19일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다며, 이들이 도착한 뒤 북-미 실무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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