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철 북 대표 베이징 도착 19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취재진을 피해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 나가고 있다. 오 총재는 북-미간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협상의 북한쪽 대표를 맡았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대변수’ BDA회의 어떻게
미, 조사내용 설명 뒤 일부 증거 댈수도
미 대사관서 실무회의…북 계좌해제 적극
동결계좌 풀리면 6자 진전될지 관심집중 19일 베이징에 도착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는 공항을 떠나는 동안 침묵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가 검은색 벤츠를 타고 공항을 떠나자, 취재차량이 따라붙으면서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시작한 북한과 미국의 금융 실무그룹 회의가 이번 6자 회담의 핵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번 실무회의는 6자 회담과 형식상 분리돼 있지만, 내용적으론 연계돼 있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 금융제재 해제를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입구로 보는 북한과, 둘은 서로 다른 출구를 가진 별개의 길이라는 미국의 주장이 충돌하면서 나온 절충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의 성패는 북-미의 간극이 접점을 찾으면서 6자 회담의 진전과 결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동결된 자금을 풀기 위해 북한이 취해야 할 조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좌와 관련된 돈세탁, 위폐 제조 및 유통, 대량살상무기 거래 의혹에 대해선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다. 미국이 이 계좌의 합법과 불법 자금을 가르고, 불법 부분을 기소함으로써 조사를 매듭짓는 나름의 해법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합법 자금에 한해 동결을 풀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3월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자금 지원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를 만나 북한의 위폐 제조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비상설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 접근의 여지는 있다. 그는 “미국이 정보를 제공하면 제조자를 붙잡고 종이, 잉크 등을 압수한 뒤 미국에 통보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이번 회의에 은행 총재를 내보낸 것은 나쁘지 않은 신호다. 북한이 이 문제를 실무적으로 풀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회의 장소가 6자 회담이 열리는 조어대가 될 것이라는 애초 관측과 달리 미국대사관이라는 점도 그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금융제재 문제는 6자 회담과 별도로 다뤄야 한다는 미국의 태도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번 회의엔 보이지 않는 중국의 자리도 있다. 방코델타아시아에 동결된 북한 계좌를 해제하는 주체는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마카오 금융당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금융제재 해제에 대한 미국의 유연성을 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6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폐기 이행조처를 받아내는 중재력을 발휘한다면 비핵화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이 문제와 관련해 “각국의 관심사를 충분히 고려해 모두 받아들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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