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맨 오른족)이 20일 회담장소인 베이징 조어대로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서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양자협의 · BDA회의 ‘따로 또 같이’
금융제재 논의 갈길 멀고 이행조처 조율 틈새 넓어
서로 진짜 기대치 확인 때 회담진전 탄력 받을 수도 북한과 미국이 중국 베이징에서 두 개의 트랙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면서 회담의 진전을 위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양쪽 모두 목표 지점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 회담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다루는 북-미 양자협의가 20일에도 실무적으로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제안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비핵화 협상은 초기단계 이행조처를 중심으로, 비디에이 협상은 북한 계좌 동결 해제를 위한 협의를 중심으로 이견을 좁혀갔다. 비핵화 협상 일정을 늘리기로 한 것은 비디에이 협상이 순항했음을 반증한다. 북-미는 애초 이 두 트랙의 성격을 놓고 대립했다. 둘을 연계하려는 북한과 이를 분리하려는 미국의 자세가 팽팽했다. 두 트랙이 사실상 서로의 전제로 작동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화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그런데 회담 관계자는 이날 “두 트랙이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갈래 길이 각자의 방향을 견지하면서도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비디에이 협상은 유익했으며, 다음 뉴욕 회담 일정을 잡는 데까지 왔다. 이는 북-미가 이번 협의를 통해 불법-합법 계좌를 가르는 데 협력하고, 합법 계좌에 대해선 동결을 해제하는 논리적 경로에 공감했을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은 불법 계좌를 조사해 사법처리 절차를 밟으면 되고, 중국은 주권이 미치는 마카오 금융당국을 움직여 동결을 풀고, 북한은 합법적인 금융활동은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에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확약 내지 재발방지 보장과, 그간의 불법행위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내일 매듭을 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상당 기간 협의가 필요하다. 비디에이 협의의 미국 수석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논의가 생산적이려면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던 전체 수석대표 회의를 오후로 미루고, 북-미 양자협의에 자리를 내줬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초기 이행조처와 비디에이 계좌 동결 해제를 위한 북한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두 트랙이 해결의 출발점에 서기 위해선 북-미 모두 밑바닥을 확인해야 한다. 북한은 18일 수석대표 연설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미국 역시 인내의 한계를 운운하며 가장 높은 곳에 방어선을 쳤다. 회담 관계자는 “서로의 본심을 확인하면 그에 맞는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그 거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셈이다. 북-미는 두 개의 길에 들어서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페리 프로세스에 기초해 북-미가 미사일 협상을 시작으로 새로운 합의를 모색했던 과정이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다. 그 때도 북-미의 정치적 협상은 미사일 협상이라는 기술적 협의 과정의 결과에 의해 끊임없이 시험받고 규정받았다. 결국 미사일 협상의 미진한 합의는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유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사일 협상이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큰 합의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듯이, 비디에이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의 장애물이 되서는 안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강태호 기자 moon@hani.co.kr
서로 진짜 기대치 확인 때 회담진전 탄력 받을 수도 북한과 미국이 중국 베이징에서 두 개의 트랙을 통해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면서 회담의 진전을 위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양쪽 모두 목표 지점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 회담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다루는 북-미 양자협의가 20일에도 실무적으로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제안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비핵화 협상은 초기단계 이행조처를 중심으로, 비디에이 협상은 북한 계좌 동결 해제를 위한 협의를 중심으로 이견을 좁혀갔다. 비핵화 협상 일정을 늘리기로 한 것은 비디에이 협상이 순항했음을 반증한다. 북-미는 애초 이 두 트랙의 성격을 놓고 대립했다. 둘을 연계하려는 북한과 이를 분리하려는 미국의 자세가 팽팽했다. 두 트랙이 사실상 서로의 전제로 작동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화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그런데 회담 관계자는 이날 “두 트랙이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갈래 길이 각자의 방향을 견지하면서도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비디에이 협상은 유익했으며, 다음 뉴욕 회담 일정을 잡는 데까지 왔다. 이는 북-미가 이번 협의를 통해 불법-합법 계좌를 가르는 데 협력하고, 합법 계좌에 대해선 동결을 해제하는 논리적 경로에 공감했을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은 불법 계좌를 조사해 사법처리 절차를 밟으면 되고, 중국은 주권이 미치는 마카오 금융당국을 움직여 동결을 풀고, 북한은 합법적인 금융활동은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물론,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한에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확약 내지 재발방지 보장과, 그간의 불법행위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내일 매듭을 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상당 기간 협의가 필요하다. 비디에이 협의의 미국 수석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논의가 생산적이려면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이유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던 전체 수석대표 회의를 오후로 미루고, 북-미 양자협의에 자리를 내줬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초기 이행조처와 비디에이 계좌 동결 해제를 위한 북한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두 트랙이 해결의 출발점에 서기 위해선 북-미 모두 밑바닥을 확인해야 한다. 북한은 18일 수석대표 연설에서 원하는 것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미국 역시 인내의 한계를 운운하며 가장 높은 곳에 방어선을 쳤다. 회담 관계자는 “서로의 본심을 확인하면 그에 맞는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그 거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셈이다. 북-미는 두 개의 길에 들어서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페리 프로세스에 기초해 북-미가 미사일 협상을 시작으로 새로운 합의를 모색했던 과정이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다. 그 때도 북-미의 정치적 협상은 미사일 협상이라는 기술적 협의 과정의 결과에 의해 끊임없이 시험받고 규정받았다. 결국 미사일 협상의 미진한 합의는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유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사일 협상이 북-미 관계 정상화라는 큰 합의를 놓치는 결과를 낳았듯이, 비디에이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의 장애물이 되서는 안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강태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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