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미 대표 / 김계관 북 대표
북, BDA 선결 집착으로 고립 자초
미, 협상의지 적극…보상문제 소극
중, 회담 물꼬텄으나 ‘준비없는 만남’
한, 북-미 메신저노릇 성과 못이끌어
일 ‘외톨이’-러 ‘관람자’ 신세로 전락
미, 협상의지 적극…보상문제 소극
중, 회담 물꼬텄으나 ‘준비없는 만남’
한, 북-미 메신저노릇 성과 못이끌어
일 ‘외톨이’-러 ‘관람자’ 신세로 전락
베이징 6자 회담이 22일 일단 끝났다. 참가국들의 성적표에도 빈칸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 해제와 9·19 공동성명 이행 논의라는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된 이번 회담은 양쪽 모두에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회담에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기초는 확인했다. 북한 핵실험 이후 펼쳐진 제재 국면에서 협상 국면으로 넘어가는 징검돌을 놓은 셈이다.
■ 북한과 미국 ‘대립과 대화’=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비디에이 문제에 집착함으로써 고립을 자초했다. 대북 금융제재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이며, 이를 해제하지 않고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럼으로써 비디에이 문제를 사실상 이번 회담의 의제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의 이런 연계 전략을 거부했다.
북한의 이런 완고함은 이번 회담을 ‘북한 대 5개국’의 구도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았다. 과거 회담이 대체로 미국의 유연성을 주문하는 구도로 진행됐던 것에 비춰보면, 북한으로선 부담스런 상황 전개다. 그러나 북한이 비디에이 협의에서 실무적인 태도를 견지한 점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미국 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차관보는 “이번 협의가 실무적이고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전례없이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보였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실어 북한의 핵폐기 이행조처에 대한 상응조처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이런 미국의 태도를 ‘옛날과 다른 진지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미국은 북한에 요구할 초기 단계 이행조처의 문턱을 낮추자는 중국의 중재안에도 수용 의사를 비쳤다.
그러나 미국의 협상 의지는 북한의 신뢰를 얻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북한의 핵폐기 이행조처에 대해선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행동’을 요구하면서도 이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모호했다. 이는 미국 안에서 대북 협상파의 입지가 확고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를 놓고 강경파의 공세가 강화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 한국과 중국 ‘중재의 한계’=중국은 이런 북-미 사이에서 다시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은 이른바 특사외교로 회담 재개의 물꼬를 텄으나 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회담 막판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6자 회담 회의론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북-미 사이에서 ‘메신저’ 노릇을 자임했던 한국 역시 거리를 좁히기엔 힘이 달렸다. 중국은 회담 재개와 진전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는 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중국이 13개월의 회담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선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미국이 10월 말 북-미 접촉에서 던진 제안에 대한 북한의 답을 듣기 위해 회담을 소집했던 중국으로선 답답한 면이 없지 않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앞세워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다시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회담 막판에 성과를 내놓으라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런 압박이 중국에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힐 차관보는 21일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서 미국에 협력해 성공적 결과를 이뤄낸다면 앞으로 수년간 다른 현안에서도 성공적 결과를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6자 회담을 진전시킴으로써 미국에 전략적 대가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단계별 유연한 패키지 방식의 주고받기를 제안하며 북-미 간에 균형점을 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단지 북-미가 부르는 값이 워낙 차이가 나 흥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구름을 모아 비를 내리게 하겠다던 의욕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 일본과 러시아 ‘사라진 존재’=일본은 이번 회담에서도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회담 개막 이틀째부터 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양자회담을 분주하게 열었으나, 일본만이 북한과 얼굴을 맞대지 못했다. 9월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이 대북 강경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시 행정부가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을 일본이 당혹스러워했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은 반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도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관람자 신세로 떨어졌다. 베이징 워싱턴 도쿄/유강문 류재훈 박중언 특파원 moon@hani.co.kr
■ 한국과 중국 ‘중재의 한계’=중국은 이런 북-미 사이에서 다시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은 이른바 특사외교로 회담 재개의 물꼬를 텄으나 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회담 막판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6자 회담 회의론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북-미 사이에서 ‘메신저’ 노릇을 자임했던 한국 역시 거리를 좁히기엔 힘이 달렸다. 중국은 회담 재개와 진전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는 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중국이 13개월의 회담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선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미국이 10월 말 북-미 접촉에서 던진 제안에 대한 북한의 답을 듣기 위해 회담을 소집했던 중국으로선 답답한 면이 없지 않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앞세워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다시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회담 막판에 성과를 내놓으라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런 압박이 중국에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힐 차관보는 21일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서 미국에 협력해 성공적 결과를 이뤄낸다면 앞으로 수년간 다른 현안에서도 성공적 결과를 얻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6자 회담을 진전시킴으로써 미국에 전략적 대가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이 단계별 유연한 패키지 방식의 주고받기를 제안하며 북-미 간에 균형점을 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단지 북-미가 부르는 값이 워낙 차이가 나 흥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구름을 모아 비를 내리게 하겠다던 의욕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으는 데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 일본과 러시아 ‘사라진 존재’=일본은 이번 회담에서도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회담 개막 이틀째부터 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양자회담을 분주하게 열었으나, 일본만이 북한과 얼굴을 맞대지 못했다. 9월 출범한 아베 신조 정권이 대북 강경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시 행정부가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을 일본이 당혹스러워했다는 점에선 어느 정도의 속도 조절은 반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도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관람자 신세로 떨어졌다. 베이징 워싱턴 도쿄/유강문 류재훈 박중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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