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협의 이틀째 불법여부 공방 벌인듯
‘6자회담과 병행할 장기의제’ 지적 많아 북한과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협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이틀째 계속됐다. 30일 미국대사관에서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31일엔 북한대사관에서 북-미가 얼굴을 맞댔다. 이 문제가 갖고 있는 날카로움과 복잡함을 감안하면 협의가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는 지적이 많다. 회의장 주변에선 이번 비디에이 협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12월 첫 협의가 ‘실무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점에 비춰보면, 확실히 진전된 평가다. 북-미 간 협의의 범위가 넓어지고, 강도도 강해졌음을 뜻한다. 미국 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밤 (비디에이에 동결된 북한 관련) 50개 계좌의 정보를 북쪽에 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사결과를 토대로, 돈세탁 등 비디에이 계좌와 관련한 북한의 여러 ‘불법 혐의’를 제기하고, ‘증거’를 들이댔다는 얘기다. 그는 이날 밤 협의 종료 뒤 “매우 오랜 조사 결과, 해결(some resolution)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불법 금융행위에 대한 우리의 우려가 정확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북한의 답변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불법 혐의를 전반적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사안별로 반론을 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반론을 제기하고, 미국이 이에 추가 증거를 제시하는 식의 공방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비디에이 계좌의 불법과 합법 부분을 가르는 초보적인 논의가 진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이었고 희망적인 정보를 얻었다”는 글레이저 부차관보의 언급은 이런 관측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북-미는 이런 공방을 통해 문제 해결의 조건을 탐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미가 비디에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미국엔 법 집행의 절차와 수순을 충족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고 △북한은 제재 대상이 아닌 것까지 제재받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국내법 절차에 따라 북한이 부당하게 여기는 계좌의 동결을 우선 해결하는 수순이 상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회의장 주변에선 비디에이 문제가 북-미 간에 장기적 과제로서 6자 회담의 진전과 병행해 다뤄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비디에이 문제는 많은 추가 작업을 필요로 하는 장기적 의제”라는 언급이나, 송 장관의 이날 오전 “이번 비디에이 협의에서 어떤 수준의 합의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라는 발언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이제훈 기자 moon@hani.co.kr
‘6자회담과 병행할 장기의제’ 지적 많아 북한과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협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이틀째 계속됐다. 30일 미국대사관에서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31일엔 북한대사관에서 북-미가 얼굴을 맞댔다. 이 문제가 갖고 있는 날카로움과 복잡함을 감안하면 협의가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는 지적이 많다. 회의장 주변에선 이번 비디에이 협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12월 첫 협의가 ‘실무적’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점에 비춰보면, 확실히 진전된 평가다. 북-미 간 협의의 범위가 넓어지고, 강도도 강해졌음을 뜻한다. 미국 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밤 (비디에이에 동결된 북한 관련) 50개 계좌의 정보를 북쪽에 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사결과를 토대로, 돈세탁 등 비디에이 계좌와 관련한 북한의 여러 ‘불법 혐의’를 제기하고, ‘증거’를 들이댔다는 얘기다. 그는 이날 밤 협의 종료 뒤 “매우 오랜 조사 결과, 해결(some resolution)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불법 금융행위에 대한 우리의 우려가 정확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북한의 답변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불법 혐의를 전반적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사안별로 반론을 폈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반론을 제기하고, 미국이 이에 추가 증거를 제시하는 식의 공방이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비디에이 계좌의 불법과 합법 부분을 가르는 초보적인 논의가 진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이었고 희망적인 정보를 얻었다”는 글레이저 부차관보의 언급은 이런 관측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북-미는 이런 공방을 통해 문제 해결의 조건을 탐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미가 비디에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미국엔 법 집행의 절차와 수순을 충족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고 △북한은 제재 대상이 아닌 것까지 제재받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국내법 절차에 따라 북한이 부당하게 여기는 계좌의 동결을 우선 해결하는 수순이 상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회의장 주변에선 비디에이 문제가 북-미 간에 장기적 과제로서 6자 회담의 진전과 병행해 다뤄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비디에이 문제는 많은 추가 작업을 필요로 하는 장기적 의제”라는 언급이나, 송 장관의 이날 오전 “이번 비디에이 협의에서 어떤 수준의 합의를 기대하는 게 아니다”라는 발언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이제훈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