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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경수로등 난제, 큰 흐름 못봐꿔” 조심스레 낙관

등록 2007-03-12 20:36수정 2007-03-12 22:49

[‘2·13합의’ 한달] 전문가 시각
북-일 ‘옥의 티’로
남북관계 진전 속도
북-미에 뒤쳐져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도 6자회담의 ‘2·13 합의’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 일치했다. 앞으로 몇 가지 난제들이 나타나겠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일단 실무그룹 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고, 특히 북-미 뉴욕 접촉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이 논의된 점을 전문가들은 높이 샀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를 두고 “초기 단계의 첫 걸음을 잘 떼고 있다”는 말로 요약했다.

다만,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난항을 보이고 있는 점을 ‘옥의 티’로 지적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이 국내 정치에 발목이 묶여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고립될수록 국가이익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북-일관계 정상화도 궁극적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처리된 플루토늄 신고 △고농축우라늄(HEU) 신고 △경수로 건설 등이 ‘2·13 합의’ 이행 과정이나 이후 과정에서 불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플루토늄과 관련해,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목록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플루토늄 추출량 △핵실험에 쓴 양 △핵실험에 쓰고 남은 양 △보관 장소 등이 문제로 등장할 수 있다.

또 고농축우라늄과 관련해서도 원심분리기의 개수와 용도 등에 대한 의혹을 둘러싸고 북-미간에 힘겨루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이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확실히 있다”는 미국의 주장 사이에서 새로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에너지인 경수로 논의를 언제 시작할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을 북한에 언제쯤 줄 것인지, 건설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등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하는 편이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6자 외무장관급 회담과 미국 고위급 관료의 방북 등이 이런 기술적 쟁점들을 뛰어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북한이 어느 정도 변화 자세를 보이면, 미국 또한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백학순 위원도 “60일 안에 초기 이행조처가 이루어지면 행동을 통한 신뢰관계가 최초로 형성되는 것”이라며 “이후 정치적인 분위기가 달라져 북-미 어느 한쪽이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먼저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가 북-미 관계에 뒤처지는 듯한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근식 교수는 “우리 머리 위에서 북-미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가 개입을 못하고 있다”며 “남북관계에서 좀 더 주도권을 잡고, 큰 밑그림을 그리면서 대북정책의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교수도 “남북관계는 북핵 문제에 종속관계로 된 상태”라며 “장관급회담 수준이 아니라 더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핵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용인 손원제 기자 yyi@hani.co.kr


[미국]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핵무기 협상 등 앞으로가 고비”

BDA 계좌 일부만 풀어줄 듯…일, 납치 해결방안 제시해야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기대보다 잘 되고 있다. 북-미 실무그룹회담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북-일회담은 예상대로 문제가 있었지만 만남 자체만으로 발전이다. 초기 이행 기간의 남은 한 달 동안도 잘 될 것으로 본다.

이후 비핵화 과정에서 추가 협상해야 할 문제들을 살펴보면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60일 초기이행 기간이 끝나고 장관급 6자회담이 열리게 되면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핵무기 협상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최종 신고가 이뤄진 다음에나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환경을 잘 만들어간다면 그 과정이 어려워도 이전에 비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아직까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북한의 전략적 결정을 원했던 미국은 조금씩 전술적 결정을 쌓아 올려 전략적 결정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2·13합의’는 미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약속한 것이다. 북한이 조금씩 전술적 결정을 하게 될수록 북한이 빠져나갈 틈새는 적어질 것이다.

방코 델타 아시아(비디에이) 문제는 일부를 풀어줄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이에 반발한다고 해도 핑곗거리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나머지 나라들이 미국이 동결계좌를 모두 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는 일본과 연결돼 있어 빨리 풀릴 가능성은 없다. 일본은 납치문제에 대해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해결될 수 있는지를 북한과 나머지 당사국들에게 명백히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애매하게 해결하라고만 요구한다면 일본은 6자회담에 장애가 될 수 있고, 미국과 동맹에도 해가 될 수 있다.

고든 플레이크/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중국] 리둔추/중국 사회과학원 한국연구중심 연구원
“한반도 냉전 걷는 역사적 전환”

북-미 첫발 좋아 전개 순조…세부·기술적 문제 걸림돌로

리둔추/중국 사회과학원 한국연구중심 연구원
리둔추/중국 사회과학원 한국연구중심 연구원
‘2·13 합의’ 이후 전개 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 논의가 좋은 출발을 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 논의는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 드리워진 냉전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역사적인 전환이 바야흐로 일어나고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다. 이로 인해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모두 ‘2·13 합의’에 기초한 것이다. ‘2·13 합의’가 없었으면 이런 변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2·13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북-일 관계 정상화 논의도 순조롭지 못하다. 두 나라는 논의 도중에 갈라서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 납치 문제를 중시하면서 아직까지도 북한에 대한 경제 및 에너지 지원에 참여할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북-일 관계 정상화는 지연될 것 같다. 미국이 북-미 관계 정상화 이후 이를 한-미-일 동맹 문제와 어떻게 조화시킬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북핵 문제는 해결의 길로 들어섰다.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전술적인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것이다. 이런 방향은 이제 뒤로 되돌릴 수 없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은 필연적인 추세다. 물론 얼음이 하루 아침에 다 녹을 수는 없다. 한반도가 냉전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기다림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다.

리둔추/중국 사회과학원 한국연구중심 연구원


[일본] 스즈키 노리유키/일본 라디오프레스통신 수석분석가 겸 이사
“북-일 관계 제3국 중재 필요”

북, 대미-대일 온도차 뚜렷…초기조처 이행 의지는 분명

스즈키 노리유키/일본 라디오프레스통신 수석분석가 겸 이사
스즈키 노리유키/일본 라디오프레스통신 수석분석가 겸 이사
‘2·13합의’ 이후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우선 초기단계 조처를 확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생각이 예상 이상으로 분명하다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 요컨대 시간끌기의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대미와 대일의 자세에서 분명히 온도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에 대해서는 협조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고립화를 꾀하고 있다. 얼마전 성과없이 끝난 일-북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나타났듯, 북한은 대일관계에서 처음부터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6자회담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회담에 임한 것이다. 이런 강경자세는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두 나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는 당분간 어려운 것 같다. 상호불신이 심한 가운데 납치문제 해결은 두 나라에게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든 제3국이 중간적인 입장에서 중재하지 않으면 일-북관계는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북한으로서는 경제협력기금이 큰 액수이고 경제부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릴 국면도 올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양보가 없을 것이다. 두 나라간 정상회담도 아직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일본 국민의 90% 이상이 납치문제 진전이 없으면 에너지 지원이 없다는 아베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원칙론을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북한이 재조사 정도까지 한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

납치문제와 북핵문제를 각각 분리해서 대처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북한의 태도와 일본 정부의 처지 등을 감안하면 어렵다고 본다.

스즈키 노리유키/일본 라디오프레스통신 수석분석가 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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