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글레이저 부차관보, 마카오 당국과 협의
미국 재무부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조사 발표로 북한 동결 계좌 해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북한과 미국, 중국, 마카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중국, 비디에이 등이 유감을 표명하고 소송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으나, 판을 깨는 갈등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6일 베이징에서 “북한은 비디에이 문제 해결에 대한 확신을 원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 확신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왜 반발하나?=중국과 마카오 정부는 미국 재무부의 비디에이 제재 발표에 이구동성으로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이 유감을 표했고, 탐팍웬 마카오 경제재정국장은 “비디에이의 불법활동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탠리 아우 비디에이 회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돈세탁이나 범죄행위에 개입돼 있다는 주장을 부인한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과 마카오 당국은 이번 제재로 마카오 금융체계가 흔들리고 대외 신인도와 이미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한다. 또 미국이 내부 법 집행 원칙과 북한 핵 폐기 목표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 비디에이를 희생양 삼았다는 불만도 엿보인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발표 내용은 그동안 예상됐던 수준”이라며 “중국이 아직도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 결정을 못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왜 마카오행?=미국은 중국 쪽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비디에이 관련 실무 책임자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를 마카오에 급파했다. 그는 17일 마카오에 도착해 지난 18개월 동안 조사관들이 “사무실 3개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뒤져 찾아낸 불법거래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 계좌 해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엔 북한의 위조달러, 미국이 2005년 대량살상무기 판매 연루 기업으로 지정했던 북한 단천상업은행과 비디에이의 거래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예상된다. 텡린셍 마카오 금융관리국 주석은 “미국의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북한 동결 계좌의 해제 시기와 규모, 비디에이의 처리 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불법행위의 구체적 물증이 제시된다면 전액 해제는 어려워진다.
북한, 부분해제도 이해??=미국 외교협회의 게리 새모어 부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동결 자금의 부분 해제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북한도 범죄행위와 관련한 돈은 되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16일 칼럼에서 “미국이 드물게도 다자간 협상에서 다진 약속을 형식적으로나마 지켰다”며 “매우 긍정적인 징후”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의 북한 외교소식통도 “6자 회담 벽두에 상황을 복잡하게 할 새로운 (부정적) 요소가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아주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재무부의 조처는 비디에이에 동결된 북한 자금 중 불법활동과 관련 없는 절반 정도를 풀어줄 수 있게 한 것”이라며 “북한의 금융제재 중단 요구를 만족시킬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박민희 기자, 워싱턴 베이징/류재훈 유강문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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