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담 이틀째인 20일 오후 숙소인 베이징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왼쪽). 천영우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21일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를 만나 회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오른쪽)
북 BDA 입금 집착 “역효과 부를것” 우려
천영우 “오늘이 마지막” 힐 “휴회할 수도”
천영우 “오늘이 마지막” 힐 “휴회할 수도”
북한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 자금에 대한 집착이 6자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수습 쪽으로 가닥을 잡긴 했지만 후유증은 있을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입금이 안 됐다며 회담을 열고서 협의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솔직히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고려대 연구교수는 “상대국의 복잡한 정책결정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 자기식 의사결정 구조의 잣대로 국면을 끌고 가려는 북한의 태도는 북한에도 소탐대실의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미국이 ‘인도주의 용도’라는 변명까지 동원해 비디에이 문제를 푼 것은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무리를 해 문제를 풀려 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큰 역풍이 불 수 있는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10시 조어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6자 회담 수석대표 전체회의는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입금 먼저’를 요구하며 불참해 이뤄지지 않았다. 의장국인 중국은 저녁 무렵부터 북한 등 각국 대표단과 양자접촉을 벌여 회기를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북-중 협의에서 김 부상은 ‘회담을 바로 끝내지 말고 입금이 이뤄진 뒤 실질협의를 계속하자’는 입장을 밝혔고,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부부장은 ‘내일(22일)부터는 실질협의도 병행하자’고 김 부상을 설득해 일정한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해제하기로 한 비디에이 동결 북한 자금(50여 계좌 2500만달러)은 금융기술 및 정치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중국은행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이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50여 동결 계좌 소유주한테서 ‘계좌 폐쇄 및 이체 동의서’를 모두 받지 못해 비디에이가 송금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북쪽이 동의서를 내놓지 못한 것에는 미국이 2005년 6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조 업체로 지정한 북쪽의 단천상업은행 관련 계좌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은행이 ‘불법 활동’과 관련된 자금을 받았다가 탈이 날까봐 송금받기를 꺼리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은행은 뉴욕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이 거래로 국제신인도가 추락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관계자는 “해법을 찾으려고 각측 전문가들이 다양한 양자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불능화 단계로의 이행과 6자 회담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인 6자 외무장관 회담의 개최 일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런 핵심 사안을 앞에 두고도 비디에이 문제에서 북한이 비타협적인 자세를 보여 파행을 거듭했다. 김연철 교수는 “현재 비디에이를 둘러싼 논란은 사소한 것이지만, 외교적 유연성을 보이지 않는 이런 사례가 쌓이면 앞으로 행동 대 행동으로 북핵 폐기 합의를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이제훈 기자, 박민희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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