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전할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호텔 관계자들이 30일 조명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업 타당성 미흡” 몸사리기 대세…‘통큰 사업’ 발표할수도
2일부터 열리는 2차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참가하는 대기업 총수들의 ‘셈법’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간 경제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남쪽 기업들로서는 대북 사업에 뛰어들 여지가 그만큼 넓어졌다.
■ 대북사업 보따리 뭘 풀까=노무현 대통령의 방북길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 등 18명의 기업인들이 동행한다. 이들의 기본 입장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협 확대라는 큰 밑그림이 그려진 뒤 세부적인 투자 계획을 짜겠다는 것이다. 특히 4대그룹은 “아직 구체적으로 대북사업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협 여건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남북 정상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남북 경제인 간담회 등도 예정돼 있어 예상밖의 ‘통큰 사업’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사전에 남북 경협 자료를 꼼꼼하게 챙기고 사업 타당성을 저울질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대북 사업에 거리를 두어 온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경협에 참여하는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업 분야는 철도차량(로템)과 물류(글로비스)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장의 수익성을 따지기 보다는 시장 선점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북한산 무연탄과 철광석 등 자원 개발과 철강 사업에, 현대그룹은 개성관광 성사가 주된 관심사다. 특히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을 통해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등 7대 대북 사업의 독점권을 확약받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북한에서 전자제품 등을 임가공 생산해온 삼성과 엘지 역시 투자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 “투자 보장만 된다면야…” =그러나 주요 대기업들이 당장 투자 보따리를 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남북 경협을 바라보는 대기업들의 시각은 “북한의 여러 곳을 돌아보고 난 뒤 중·장기적 관점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검토해 보겠다”(구본무 엘지 회장)라든지 “남북관계의 전향적 발전이라는 역사의 현장에 직접 참여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최태원 에스케이 회장)는 말에서 풍기듯 원칙적인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수행단에 포함된 한 재벌그룹의 고위 임원은 “여러 면에서 대북사업의 타당성은 아직 미흡하다”며 “기존 경협 기업들도 새 정권 출범 이후에나 추가적인 투자 방향을 설정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경제공동체’ 구상 등 획기적인 진전이 예상됨에도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것은 투자 여건이 불안정한 탓으로 보고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쪽의 투자 환경 조성이 대기업 진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진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개성공단 이외에는 물류비 부담이 큰데다 경영권과 재산권이 보장되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려면 이런 장애물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김회승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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