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영접 나오기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동정은 지금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는지) 그런 예측도 지금 불가능하다.”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은 2일 오전 10시30분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은 지난 8월 정상회담 발표 이후 김 위원장의 영접 가능성에 대해 줄곧 이렇게 설명해왔다.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동선은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오전 11시. 노 대통령 공식 환영행사장이 애초 발표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에서 4·25문화회관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국방위원장이 직접 영접 나올 것이란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직접 영접은 환영행사 시작 1시간 전에야 서울에 알려졌다.
애초 이날 오전 개성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영접하고, 노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찾아오는 방식으로 두 정상이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예상을 깨고 김정일 위원장은 7년 전 김대중 당시 대통령 방북 때처럼 직접 영접을 했다.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김 위원장의 출현 자체를 파격으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외국 국가원수가 북한을 방문하면 남쪽으로 치면 장관급이 공항 영접을 나가는 게 관례다. 때문에 김 위원장의 직접 영접은 최고 수준의 예우다. 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을 한 사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국의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국가주석 정도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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