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평화협정 관련 발언들
송 외교 “연내 가능”…버시바우 “불가능”
국제법 전문가들 “평화협상 먼저” 다수
국제법 전문가들 “평화협상 먼저” 다수
남북정상이 합의한 종전선언을 위한 3~4자 정상회담과 평화협정 논의 선후 관계를 놓고 정부 안팍에서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7일까지는 송민순 외교부 외교부 장관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을 평화체제 논의보다 먼저 할 수 있으며 연내 3~4자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8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자 정상회담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3~4자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놨던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8일 “ 6자회담과 맞물려 있어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다소 유보적 자세였다.
게다가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연내 종전선언은 가능하지 않다’며 북한의 핵폐기 뒤에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등 현 정부 내에서는 가능한 빨리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체제 협상을 하자는 분위기이다. 반면 미국쪽은 북한의 핵폐기 뒤에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의 선후관계는 국제법적 측면과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국제법적으로 보면, 평화체제 협상을 먼저 한뒤 그 결과로 종전선언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학자인 이장희 한국외대 부총장은 “국제법상 전쟁종결(종전)을 하는 방식은 일방적 선언, 조약, 공동성명(선언) 3가지가 있다”며 “남북한 종전방식은 공동성명(선언)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남북이 조약방식으로 종전하게 되면 손해배상, 경계선 확정 등의 문제가 제기돼 자칫하면 영구분단이나 심각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하린 문제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빠졌던 옛 소련이 1956년 일본과 일-소 공동선언으로 태평양 전쟁을 종결했던 방식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전쟁종식이 궁극 목적이고 공동선언은 이를 이루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먼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색하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의 개념을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로 보면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상들이 종전선언을 먼저하고 국제법적 문제를 포함한 후속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정치적 의지 표명으로서의 협상개시를 선언하는 종전선언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70년대 베트남전 평화협상 때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무장관이 제안한 것처럼, 전쟁을 끝낸다는 큰 원칙부터 먼저 합의하고 세부 문제를 논의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법이나 국제정치적으로 보면 종전선언은 결과일 수도 출발일 수도 있다. 관련 당사국간 협의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미국의 입장에 따른다면 비핵화 진전에 따라 그 시점이 결정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시정연설에서 “북핵문제도 빠른 속도로 완전한 해결에 이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시점이 그리 멀리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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