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성 / 서주석 / 존 페퍼 / 류장융 / 스콧 스나이더 / 전징이 / 이종원
2007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제1세션 - 21세기 동북아 평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6자회담 ‘장관급 대표회의’ 격상 실행력 높여야” 제안
“각국 정치일정 겹쳐 동북아 질서 지각변동 일어날수도” 동북아 안보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핵 문제 해결 등 한국의 3대 안보 현안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가. 또한 정책 추진의 우선 순위는 어느 쪽에 두어야 하는가. ‘2007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1세기 동북아 안보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발표를 통해 “3대 안보 현안은 기본적으로 서로 병행하면서 추진되어야 하는 정책 과제“라고 밝혔다. 3대 현안의 병행 추진을 통해 선순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평화체제와 북핵해결 등의 순서= 서 책임연구위원은 우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추동력을 높이기 위해,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된 4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 합의 이행을 점검하고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6자 외무장관 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개최하는 것은 별 실익이 없다”며 “4자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 안보협력 논의의 착수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병행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정책 추진의 무게 중심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우선적인 중점을 두고, 여기서 일정한 성과가 나오면 동북아 안보협력으로 넘어가는 수순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동북아 다자안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등, 조건이 덜 성숙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이 선행돼 추진되는 가운데 다른 현안의 진전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에 성공하게 되면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공고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동북아 안보체제의 틀= 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구성에 좀더 주목하면서, 구체적인 틀을 제시했다. 류 교수는 우선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6자회담 차관급에서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등 관련 장관이 참여하는 ‘6개국 대표회의’로 격상시키자고 제안했다. 실행력의 구속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는 또 미·일, 한·미 동맹 등 양자관계와 동북아다자안보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면서, “양자 동맹관계가 해당지역의 다자평화안보 메커니즘 위에 있거나 주도권을 도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동북아 안보 틀에는 전염병 방지, 생태환경보호, 반테러 등 비전통적인 안보영역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존 페퍼 미국 국제관계센터 국장은 평화조약이나 평화체제 따위의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6자회담 당사국들이 세계 군사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쓴 소리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2002년과 2007년 사이에 6자회담 당사국간에 군사 지출이 50~70% 늘었다. 그는 “6자회담과 당사국들이 무력증강을 한다고 해서 안보가 더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을 때 냉전이 끝날 것”이고 일침을 놓았다. ■ 6자회담 참가국의 지도체제 변화=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각국의 정치 일정 등을 예로 들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질서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축한 중국과 일본 이외에도 한국, 러시아,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내년 말까지 이어진다. 진 교수는 “이러한 변화들이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굴곡이 있을수도 있다”며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동북아 평화 메커니즘 마련이 단기적으로 낙관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되레 힘들어 보인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당사국들의 협력으로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는 모든 당사국들이 동의할 수 있는 추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는 “북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는 북한의 권력 중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본이 가장 안심할 수 있고, 일본도 장기적 관점에서 냉전해체가 시작된 90년부터 전략적으로 북한에 접근했다”며, 후쿠다 정권의 출범으로 일본의 정책은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한·일 정상이 역사인식 준거 만들어 공표하자” 제2세션 - 평화의 동북아시아와 역사기억의 역할
“역사분쟁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인식의 공유” 강조
“한·일 공동 연구 각자 서술에만 매달려 한계”지적
동북아시아 평화정착을 위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갈등을 최소화하거나 또다른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적절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13일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첫째날 두번째 세션인 ‘평화의 동북아시아와 역사 기억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한·일 양국 정부는 먼저 역사갈등의 과정이나 대응자세를 면밀히 검토하고 서로 반성함으로써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렇게 제안했다.
정 교수는 구체적으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공동으로 발표한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선언의 역사인식을 재차 확인하고 준수하겠다는 의지 표명 △역사인식의 준거를 새롭게 만든 뒤 양국 정상이 함께 공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아울러 △한·일 두 나라가 정부 요인이 역사인식을 다루는 말과 행동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준수하겠다는 다짐 천명 △역사 갈등이 불거질 경우 빨리 진화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역사갈등 대처 행동강령 및 내규 마련도 제안했다.
이런 제안의 바탕에는 정부차원의 역사갈등 확산을 막아야, 역사갈등에 따른 외교전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우호협력의 근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지금처럼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기술 △독도 영유권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으로 역사갈등을 빚어서는 동아시아가 평화와 공영의 미래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무라 간 일본 고베대 교수는 한·일간 역사갈등은 ‘역사문제’가 아니라 ‘역사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옛 세대’가 ‘새 세대’로 교대함으로써 과거를 둘러싼 논의가 잠잠해지고 있다는 예상은 파탄났다”며 “‘상대의 역사관’에 대한 집단적 인식에 대해서도 보다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화로 한·일 두 나라에게 상호의 중요성은 확실히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서로 유럽 각국과의 관계보다도 훨씬 큰 중요성을 갖고 있는만큼 상대를 멸시해서는 안된다”며 “‘나쁜 과거’가 아니라 여러 곤란을 극복하고 우호관계를 쌓아올린 ‘또 하나의 과거’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역사갈등 해결 및 역사인식 공유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역사 공동연구의 한계도 지적됐다. 왕신성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일본과 한국은 역사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식의 일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각자 서술’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동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고 역사문제에서 인식의 일치를 이루려면 동북아 지역의 고대 역사 발전의 차이성과 근대역사 발전의 공통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도 “동아시아 3국의 역사가 하나의 틀로 설명할 수 있을만큼 비슷한 전개과정을 밟았는지 의문스럽고, 교과서 개발작업도 본격화되지 않은 단계에서 동아시아 3국의 역사를 공동의 발전원리에 의해 이해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역사 공동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분쟁의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역사인식 공유라고 강조하고, △동아시아사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통합적으로 인식하거나 △한·중·일 3국이나 양국간에 일어났던 관계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거나 △주변나라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방안을 올바른 접근방법으로 제시했다.
부산/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6자회담 ‘장관급 대표회의’ 격상 실행력 높여야” 제안
“각국 정치일정 겹쳐 동북아 질서 지각변동 일어날수도” 동북아 안보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핵 문제 해결 등 한국의 3대 안보 현안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가. 또한 정책 추진의 우선 순위는 어느 쪽에 두어야 하는가. ‘2007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서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1세기 동북아 안보와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발표를 통해 “3대 안보 현안은 기본적으로 서로 병행하면서 추진되어야 하는 정책 과제“라고 밝혔다. 3대 현안의 병행 추진을 통해 선순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평화체제와 북핵해결 등의 순서= 서 책임연구위원은 우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추동력을 높이기 위해,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된 4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 합의 이행을 점검하고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 방안 모색을 위한 6자 외무장관 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바로 개최하는 것은 별 실익이 없다”며 “4자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 안보협력 논의의 착수 시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병행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정책 추진의 무게 중심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우선적인 중점을 두고, 여기서 일정한 성과가 나오면 동북아 안보협력으로 넘어가는 수순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동북아 다자안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등, 조건이 덜 성숙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이 선행돼 추진되는 가운데 다른 현안의 진전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에 성공하게 되면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공고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동북아 안보체제의 틀= 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구성에 좀더 주목하면서, 구체적인 틀을 제시했다. 류 교수는 우선 동북아 평화안보체제를 6자회담 차관급에서 외교장관과 국방장관 등 관련 장관이 참여하는 ‘6개국 대표회의’로 격상시키자고 제안했다. 실행력의 구속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는 또 미·일, 한·미 동맹 등 양자관계와 동북아다자안보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면서, “양자 동맹관계가 해당지역의 다자평화안보 메커니즘 위에 있거나 주도권을 도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동북아 안보 틀에는 전염병 방지, 생태환경보호, 반테러 등 비전통적인 안보영역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존 페퍼 미국 국제관계센터 국장은 평화조약이나 평화체제 따위의 말은 듣기에는 좋지만, 6자회담 당사국들이 세계 군사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는 쓴 소리를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2002년과 2007년 사이에 6자회담 당사국간에 군사 지출이 50~70% 늘었다. 그는 “6자회담과 당사국들이 무력증강을 한다고 해서 안보가 더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을 때 냉전이 끝날 것”이고 일침을 놓았다. ■ 6자회담 참가국의 지도체제 변화=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각국의 정치 일정 등을 예로 들며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질서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축한 중국과 일본 이외에도 한국, 러시아,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내년 말까지 이어진다. 진 교수는 “이러한 변화들이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굴곡이 있을수도 있다”며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은 동북아 평화 메커니즘 마련이 단기적으로 낙관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되레 힘들어 보인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반대되는 의견을 내놓았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당사국들의 협력으로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난 다음에는 모든 당사국들이 동의할 수 있는 추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는 “북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는 북한의 권력 중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본이 가장 안심할 수 있고, 일본도 장기적 관점에서 냉전해체가 시작된 90년부터 전략적으로 북한에 접근했다”며, 후쿠다 정권의 출범으로 일본의 정책은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한·일 정상이 역사인식 준거 만들어 공표하자” 제2세션 - 평화의 동북아시아와 역사기억의 역할
“역사분쟁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인식의 공유” 강조
“한·일 공동 연구 각자 서술에만 매달려 한계”지적
백영서 / 정재정 / 기무라 간 / 왕신성 / 김한종 / 이타카키 류타 / 리푸이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