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선 파격…실용적 회담 상징
남북이 총리 사이 ‘산책 대화’라는 신종 대화 경로를 선보였다. 다른 나라와의 고위급 외교 협의에선 가끔씩 등장해온 방식이지만, 남북 사이엔 처음이다.
한덕수 총리와 김영일 북쪽 내각 총리는 남북 총리회담 이틀째인 15일 아침 숙소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 경내를 30여분간 함께 산책했다. 김남식 통일부 대변인은 “아침 7시30분부터 함께 산책하며 환담을 나눴다”고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는 “두 총리는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목례도 나누는 등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며 “윤대희 국무조정실장과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등 남북 각각 서너명씩이 함께했다”고 말했다. 두 총리는 안부 인사로 시작해 다양한 화제를 나눴으나, 구체적 회담 의제와 관련한 심각한 대화로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스럽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차원에서 남쪽이 연락관 접촉을 통해 산책을 제안했다”며 “미리 짜인 틀에서 어긋나는 걸 싫어하는 북쪽이 이에 응한 것은 파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흔히 산책이나 골프 등 편한 만남은 정상 등 고위급 회담에서 서로의 ‘스킨십’을 통해 우의를 다지고 회담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애용된다.
두 총리는 이날 오후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함께 둘러봤다. 김 총리는 고고관실에 전시된 사신도, 귀걸이 등 고구려 유물을 보고 “아, 이게 고구려 때 유물인가”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귀걸이를 보고선 “사진을 보면 고구려 사람들 귀가 늘어나 있는데 50g, 100g짜리 귀걸이를 하고 다녀서 커진 게 아닌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어 서울 강남구 ‘삼원가든’에서 소주를 곁들인 저녁을 들며 대화를 이어갔다.
손원제 이재명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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