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북한의 민사법’ 펴내
북한에서 집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은 인정될까? 또 협의이혼은 가능할까?
북쪽의 사는 방식을 규정한 ‘민사법’이 정리돼 책으로 나왔다. 대법원이 최근 펴낸 〈북한의 민사법〉은 △소유권과 채권·채무 등을 규정한 민법 △결혼·이혼·상속 등을 담은 가족법 △민사소송법 △중재법을 890쪽 분량에 담아냈다.
‘부르주아적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 민법 59조는 소유할 수 있는 물품을 살림집(주택), 가정·문화·생활용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승용차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 눈에 띈다. 대대로 물려받은 살림집은 개인 소유가 가능하다. 재건축도 할 수 있지만 장소를 옮겨 지으면 국가 소유가 된다. 국가 소유의 집을 매매하면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해진다. 극히 제한된 소유권이긴 하지만 상속제도도 인정된다.
가족법 제8조는 ‘자유결혼의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민사규정 제12조는 사회주의권 가족법이 그러하듯 ‘정신병자 또는 결혼생활을 할 수 없는 질병이 있는 사람과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협의이혼도 인정되지 않는다. 재판을 통한 이혼만이 가능하다. 시부모를 학대·구타하는 등 ‘사회주의 공동생활준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는 ‘교양’을 실시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이혼이 허용된다.
법에 의한 모성과 자녀 보호는 철저하다. 혼외자녀·양자녀도 친자녀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가진다. 친권 공동행사 등 부모는 완전한 평등이 보장된다. 임신 중이거나 1살 미만의 어린이를 키우는 여성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혼할 경우 3살 미만의 자녀는 어머니가 양육한다.
2심으로 끝내는 민사재판 모습은 색다르다. 선거권을 가진 북한 주민 누구나 판사가 될 수 있지만, 주로 김일성종합대 법학과 등에서 교육을 받고 현장업무를 5년 이상 한 사람 가운데서 선출된다. 1심 재판에는 판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민참심원 두 명이 참여한다. 정치교육적 목적이 크다. 심리가 끝나면 즉석에서 판결을 선고한다. 조선인민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개인적 경제활동이 제한돼 있어 민사소송의 대부분은 이혼소송 등 가사사건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