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립교향악단 영국공연…미국 이어 유럽까지 교류 ‘손짓’
북한이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이어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평양 공연을 추진하는 등 ‘문화외교’의 시동을 걸고 나서 그 배경과 성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그래미상 수상 경력의 미국의 인기 가스펠 그룹 ‘캐스팅 크라운즈’를 초청하거나, 서커스단이 국외공연을 하는 등 이따금 문화교류를 해왔다. 캐스팅 크라운즈가 북한 노래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를 부르는 장면은 지난해 11월 미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은 이미 옛 소련이나 중국, 베트남과 관계 개선에 나설 때 뉴욕필 등을 앞세워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26일 공연을 본 윌리엄 페리 전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은 “그들의 음악을 듣고 앉아 있으면서 그들을 악마화시킬 수 없고, 악마화시키지 않는다면 전쟁을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도 북한 교향악단을 초청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강능수 북한 문화상도 뉴욕필 공연 뒤, 초청을 받으면 북한 오케스트라가 미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필의 공연과 함께 영국의 세계적인 가수 에릭 클랩튼의 평양 공연이 내년 초를 목표로 추진된다는 소식도 북한의 문화외교에 대한 관심을 일러준다. 미국에 이어 유럽 쪽에도 문화교류의 손짓을 한 셈이다. 북한 쪽에서는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올 가을 영국 공연에 나서는 등 문화외교의 첨병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학파가 많은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독일 베를린음대에서 수학한 이향숙씨가 지휘를 맡고 있다.
영국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클랩튼의 평양 공연 추진 사실을 확인하고 “나라간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전시회, 음악회와 같은 문화외교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국립교향악단의 영국 공연에 대해 “고립된 나라, 가난한 나라로만 알려진 우리를 제대로 보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외교 추진에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성향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음악을 연구하는 이현주 아시아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음악에도 조예가 있다며, “그는 직접 어은금을 포함한 악기 개량을 주도하고 오케스트라 반주에서 반음 정도의 차이도 구별해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클랩튼의 평양 공연 추진에는 그의 팬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차남 정철씨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록밴드를 만들기도 한 정철씨는 2006년 클랩튼의 독일 순회공연을 모두 따라다니며 감상하는 모습이 일본 <후지텔레비전>에 포착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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